GTX-C 왕십리역 정차, 학생 주거문제 논의돼야
GTX-C 왕십리역 정차, 학생 주거문제 논의돼야
  • 이휘경 기자
  • 승인 2021.09.27
  • 호수 1536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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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광역급행철도 C노선(이하 GTX-C)의 착공 준비가 본격 가속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과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GTX-C 노선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과 활발한 협의 중이며 이는 올해 말 마무리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31일 국토부는 GTX-C를 비롯한 광역 교통사업 예산 확대를 발표했다.

GTX-C 노선 유치를 위한 학교의 노력, 교통편의 증진과 주거 환경 개선
지난해 성동구청은 GTX-C 노선에 왕십리역을 유치하기 위해 학교 측에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성동구청과 학생지원팀은 3차례 협의를 진행했고, 최종 업무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역 유치를 위한 공동 협력을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최종적으로 △성동구청 △우리 학교 △한양여대는 GTX-C 추가 정차역에 왕십리역을 포함해달라는 공동건의문을 작성해 국토부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학생들의 교통편의가 획기적으로 증진될 것으로 보고 협상에 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GTX-C이 수도권 외곽 경기 북부부터 남부를 고속으로 연결해 학생들의 통학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는 우리 학교 인근 지역의 도시 재생을 이끌 것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 현재 우리 학교 인근 원룸가는 매우 열악하다. 하지만 철도 노선 추가를 통해 불법 건축물이 즐비한 원룸가에 재개발 움직임이 불면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새로 유입된 1인 가구가 임대업자의 수요를 충족하게 돼 오래된 기숙사 건립 갈등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김갑성<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GTX-C가 왕십리역에 들어서면 그 인근이 주거보단 업무 상업 용도로 변모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1인 가구 중심의 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전했다. 이렇듯 그동안 곪아왔던 임대업자와 학교 간 갈등 양상을 이루던 기숙사 건립에 있어 학생들이 아닌 임대업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구가 유입되고, 우리 학교의 기숙사 건립 추진이 원활해질 수 있다.

학생들은 월세 더 오를까 걱정 태산
하지만 GTX-C 왕십리역 신설 가능성이 언론에 보도되자 학내 커뮤니티는 학생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로 떠들썩했다. 왕십리역 정차가 확정될 경우 개통 시기까지 집값이 꾸준히 올라 월세 부담이 커질 것에 대한 걱정이다. 교통 호재는 분명 있겠지만 주거 취약계층 청년들의 삶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왕십리역에 GTX-C가 유치되면 주변 주택 임대료가 오르리라 생각된다”며 “만약 상가 부동산도 오르면 음식값을 비롯한 물가도 오를 것 같아 걱정”이라 말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수<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교통 여건 개선은 곧 주거 발전으로 이어져 상권에 영향을 주게 된다”며 “철도가 신설되면 아파트 매매가가 상승하고 이는 전·월세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학생들 위한 주거 논의 필요해
이처럼 학생들의 주거난이 예정된 만큼 정부와 학교는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기숙사 건립,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GTX-C노선 정차로 인해 학생들의 주거 문제가 더 심각해지지 않도록 학교와 정부 차원에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한다. 김 교수는 “학교는 당연히 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또한 학교가 임대업자와 협력해 학생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주거시설을 확충하고 공적 지원을 받을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미선<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은 “철도가 새로 들어선다는 것은 그 지역 인프라가 확충된다는 뜻”이라며 “그 수혜가 주택 소유자들에게만 돌아가지 않도록 공공성 또한 확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한 지역을 발전시키고 그에 따른 공공성을 챙기지 못하면 저소득층이 밀려나게 되고, 국토를 고루 발전시키려 하는 광역철도의 본 취지를 잃게 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정부는 공공 재원을 들여 청년 주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학교는 학생들의 주거 지원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 전했다. 이근희<학생처 학생지원팀> 팀장은 “학교도 성동구청과의 협약 당시 GTX-C로 인해 학생들의 주거난이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며 “이에 성동구청과 협력해 21실 규모의 상생 학사를 유치하고, 올해부터 입주 모집을 진행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리 학교 기숙사 수용률이 지난해 기준 대학 평균 22.4%인 것에 비해 11.9%로 현저히 떨어짐을 고려하면 기숙사 및 상생학사 규모가 더 큰 폭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관계자에 따르면 왕십리역 청년주택은 현재 단 한 곳도 없으며 아직 공급 계획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는 학교도, 정부도 GTX-C노선 왕십리역 착공이 되기 전 학생들을 비롯한 청년들이 역세권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야 함을 시사한다. GTX-C 노선 유치를 위해 우리 학교에 협력을 요청했던 성동구청 또한 학교가 응했던 만큼 학교의 학생 주거 시설 마련에 있어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GTX-C 노선의 왕십리역 정차가 학교 차원에선 분명 호재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학생들의 주거난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현재 주거 상황이 더 심각해지지 않도록 정부와 학교는 미리 나서야 한다. 학생들이 더 이상 임대업자의 기숙사 반대 현수막을 보고, 학교 주변으로부터 끊임없이 밀려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관심을 기울일 때다.

도움 : 김갑성<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박미선<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 센터장
최수<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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