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대학의 ‘글로벌 교육’
[칼럼]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대학의 ‘글로벌 교육’
  • 이세형<채널A> 정책기획팀장
  • 승인 2021.09.27
  • 호수 1536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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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형<채널A> 정책기획팀장

동아일보 카이로 특파원과 국제부 기자로 ‘글로벌 이슈’를 한창 취재할 때 적지 않은 이메일을 대학생과 대학원생으로부터 받았다. 기사와 관련한 이슈에 대해 묻는 이들도 있었고, 기자란 직업에 대해 알고 싶다는 이들도 있었다. 또,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이야기하며 진로에 대한 상담을 해오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 중 일부와는 직접 만나서 꽤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대부분 이른바 명문대 출신들이었고, 성실하고 미래가 밝아 보이는 학생들이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MZ세대’의 글로벌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갖춘 탁월한 외국어 능력 같은 소위 ‘좋은 스펙’에서 나아가 ‘글로벌한 스펙’에 놀라기도 했다. 또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이들의 자세에 감동하기도 했다. 20년 전의 대학에선 상상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글로벌 프로그램인 △교환학생 △영어 수업 △해외 봉사 △해외 인턴십 등이 지금은 당연하게 제공되고 있다는 점에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한 마인드를 갖춘 MZ세대들과의 대화 속에선 개선해야 할 점들도 느껴졌다. 특히 대학에서 진행되는 이른바 글로벌 교육이 여전히 다양성, 실용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면에선, 풍요 속 빈곤이란 느낌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가령, 대화를 나눈 MZ세대들은 “대학에서 △미국 △일본 △일부 서유럽 국가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게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전히 한국 대학에선 사실상 미·중·일을 제외한 나라의 △경제 △문화 △외교 △정치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하지 않는단 뜻으로 들렸다. 

실제로 한양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명문대에서 한국 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꼽히는 중동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카타르 등과 동남아시아 주요국인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소나 교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글로벌 MZ세대들은 “캠퍼스 안에서 ‘글로벌 업무’에 필요한 정보와 노하우를 얻는 게 너무 어렵다”는 안타까움도 많이 털어놓았다. 특히 △국제기구 △글로벌 금융기업 △외교부 등에 진출하고 싶은데, 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쳐줄 수 있는 경험과 경력을 갖춘 교수를 캠퍼스에서 찾아보기 힘들단 지적이 가장 와 닿았다. 

요즘 많은 대학들이 공들이는 창업 분야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실리콘밸리’ 같은 ‘스타트업의 메이저리그’에서 제대로 활동한 교수나 연구원들을 대학 캠퍼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단 이야기를 딱히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부터라도 좀 더 실용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대학 내 글로벌 교육’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면 어떨까. 

제2차 세계대전(1939년 9월 1일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 9·11 테러(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 단체 알카에다가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등을 공격), 그리고 리먼브라더스 사태(2008년 9월 15일 미국의 유명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며 전 세계적 경제 위기가 촉발) 같은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대형 글로벌 이슈들이 발생한 9월에 잘 어울리는 고민거리인 것 같다. 한양대의 글로벌 MZ세대들도 물론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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