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 대학원생, 그들 인권의 현주소는
서울캠 대학원생, 그들 인권의 현주소는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1.09.13
  • 호수 1535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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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서울캠퍼스 인권센터는 ‘대학원생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출간했다. 약 한 달 간 시행된 대학원생 인권실태 설문조사엔 총 1천 13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60%가 넘는 응답자가 학내 인권보장 수준에 있어 ‘매우 잘 보장받고 있다’ 혹은 ‘보장받는 편’이라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79.5%의 응답자가 학내 대학원생 및 대학 구성원들의 인권의식이 보통 이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학원 내 인권침해에 대한 정황은 어렵지 않게 포착되고 있다. 

대학원생 약 1/3, 인권침해 경험 있어... 인격권과 자유권에서 피해 다수 발생 
인권침해 경험이 단 한 번이라도 ‘있다’고 답한 대학원생은 33.7%, 즉 341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몇몇 응답자는 ‘결과가 공개될 것 같아 솔직하게 응답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밝혀져 더 많은 피해 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권센터는 인권침해 조사를 △성희롱 및 성폭력 △신체의 안전 및 인격권(이하 인격권) △자유권 △평등권으로 나누어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이 중에서 인격권과 자유권에서 인권침해가 빈번히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인격권에서 제일 많이 나타난 인권침해 사례는 ‘폭언, 욕설 등 언어적 인격 모욕(206명)’이었다. 자유권은 ‘개인적인 자유시간 침해(228명)’가 인권침해 사례로 제일 많이 나타났다. 평등권과 성희롱 및 성폭력에 관한 인권침해 사례 중에선 각각 ‘출신 학교 차별대우(89명)’, ‘특정 성별에 대한 비하(90명)’가 제일 많았다. 

한편 대부분의 인권침해 행위자는 교수나 강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피해학생 중 63.3%가 △당사자와 관계 악화 △문제 해결 불가할 것으로 판단 △학업이나 진로에서 받을 불이익 우려 등을 이유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단 점이다. 실제로 서울캠 대학원을 졸업한 동문 A씨는 “대학원생은 석·박사 학위를 따는 동안 긴 시간을 교수와 함께 한다”며 “대학원생의 학위 취득이나 졸업 면에서 교수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학계란 것이 워낙 좁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선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도 묵인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로 미뤄봤을 때, 대학원 내 위계 구조가 인권침해의 발생 원인과 문제 해결의 방해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현상에 대해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관계자 B씨는 “교육받는 입장에 있는 대학원생은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교수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느껴도 그 상황을 타파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원생들 대부분 교내 근로조건 없이 일해... 이 중 44.0%, ‘임금 수준 미흡’
한편, △수업조교 △연구원 △연구조교 △행정조교 등으로 근무하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은 학교가 노동량 및 업무 강도와 근무시간을 반영한 근로기준을 제시하고 적절한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단 입장이다. 실제로 응답자 중 본인의 근로조건이 ‘구두로 전달받음’과 ‘공지된 바 없음’에 답한 학생이 각각 30.4%, 18.6%에 달했다. 다수의 대학원생은 근로시간의 경계 없이 근로행위를 하고 있거나 근로조건에 대해 명확한 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44%에 달하는 응답자는 임금이 미흡하다고 응답했다. A씨는 “인건비만으론 생활비 충당이 어려워 가계곤란 장학금 등을 신청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대학원생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그들에게 표준화된 근로기준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 학교 대학원은 지난 7월에 고지된 ‘학생 운영비 규정’에 따르면, 학생연구원의 인건비를 연구과제 수행에 있어 참여율 100%를 기준으로 최대 지급 가능한 금액을 지정하고 있다. 학생연구원은 연구를 위한 예산 중 일부를 인건비로 지급받는데, 석사과정은 180만원, 박사과정은 2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연구원으로 근로하는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는 교수가 과제 수행을 위해 투입되는 학생연구원 1인의 1개월 작업량을 기준으로 참여율을 결정해 산출한다. 이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이 생각하는 작업량의 기준 정도가 달라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 A씨는 “주말, 밤낮없는 호출과 높은 업무 강도에도 불구하고 과제 참여율이 100%로 산정되는 일이 없어 규정에 적힌 최대 금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연구과제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연구 특성상 노동은 워낙 유동적인 부분이 많아 이를 반영해 일반적인 노동자와 같이 임금을 지급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대신해 서울캠 대학원은 ‘학생연구협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캠 대학원을 졸업한 동문 C씨 “협약서에 명시돼 있는 조건은 학생의 결정보단 교수의 결정에 의해 작성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학원에서 찾아야 할 합의점과 해결책
인권침해 근절을 위해선 학내 수평적 구조와 인권센터의 징계조치 강화가 요구된다. B씨는 “연구소 등 대학원생들이 생활하는 곳을 개방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수직적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학내에서 지속적인 인권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이<서울캠 인권센터> 연구원은 이에 “인권침해 사건 수와 징계수위를 공개할 계획 중에 있다”며 “신고 방법 및 사건처리절차를 매 학기 학내 구성원들에게 알릴 것”이라 답했다.

또한 대학원생들의 교내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선 교수와 학생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 C씨는 “대학원생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기반으로 연구 업무량 등의 근무조건이 구성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B씨는 학생연구협약서에 대해서도 “제도적 개선은 이뤄졌지만 여러 방면에서 잘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봐야 할 것”이라 답했다. 즉, 단순 계약서 작성 여부를 떠나 충분한 합의 과정을 거친 계약인지, 계약한 바는 잘 지켜지고 있는지 학교가 나서서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인 대학원생을 포함한 학내 구성원은 해당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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