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중재법. 누굴 위한 법인가
[사설] 언론중재법. 누굴 위한 법인가
  • 한대신문
  • 승인 2021.09.13
  • 호수 1535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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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는 언론의 허위사실 유포로 피해받은 국민을 구제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으며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 상정만을 앞두고 있다. 현재 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액 허용’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일고 있다.

개정안의 내용 중 ‘제30조의 2(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특칙)’에선 언론의 명백한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한다고 언급돼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어떤 △고의 △조작 △허위 등을 말하고 있는지는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 세부 사항에선 ‘허위’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허위 기사의 사실 여부를 객관적으로 규명할 수 없어 실효성 없는 처벌이 내려지는 등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을 두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언론 보도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정작 가짜뉴스는 언론만이 아닌 다양한 곳에서 발생한다. 지난 6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소보트카 의원의 회담에서 소 의원은 허위·조작 보도를 규제하는 개정안이 가짜뉴스가 만연한 SNS를 통제할 수 있을지 물었지만, 박 의장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가짜뉴스 대부분이 SNS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정작 이에 대한 내용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빠졌다”며 “정보의 생산과 소비 사이 구조가 과거엔 단출했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아 SNS를 모두 포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SNS상의 가짜뉴스를 언론규제가 아닌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다뤄지는 영역과 별개로 ‘뉴스’란 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는 언론규제 개정안에서 규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현 언론중재법이 본회의를 거쳐 시행된다면, 정치 및 경제 권력에 대해 견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기능은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재호<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은 “언론중재법은 언론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라고 밝혔다. 언론의 역할은 감시인으로서 정부의 통치행위와 사회를 감시하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언론은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위탁된 정치 권력을 오남용하는 것을 견제하고 동시에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비판해왔다. 

언론중재법은 언론사의 언론 보도 혹은 그 매개로 침해되는 권리나 다툼을 조정한다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 개정안만 두고 봤을 때 이 목표를 달성하기엔 많은 허점이 보인다. 이 제도가 피해자를 예방하고, 그들을 구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해당 법안의 영향권에 놓인 우리이기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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