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디어 리터러시’란 백신에 대하여
[칼럼] ‘미디어 리터러시’란 백신에 대하여
  • 이연수<일반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1 졸업> 동문
  • 승인 2021.09.06
  • 호수 1534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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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연수<일반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1 졸업> 동문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차가워진 공기가 몸 안에 감겨오는 감각이 산뜻하다. 가을 하늘이 유난히도 예쁜 캠퍼스는 이번 학기에도 전면 비대면 원격수업이 불가피해 조용히 개강을 맞이하게 됐다. 이제 노트북에서 만나는 교수님과 학우들의 얼굴은 익숙해졌다. 또한, △재택근무 △화상 면접 △3인 이상의 모임을 위한 랜선 파티 등은 일 년 넘게 이어져 코로나19가 바꾸어놓은 비대면의 일상은 익숙해진 듯하다.

여가시간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으로 지배돼 그 무한 루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촉진한 계기가 됐다. 이는 일상의 핵심적인 요소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매개해야만 영위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사회 구조의 총체적인 변혁을 가져오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만큼 사회 구성원이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며 문제에 대응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요구된다.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는 ‘미디어(Media)’와 ‘리터러시(Literacy)’의 합성어로 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하위요인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한다. 유네스코는 일찍이 미디어와 정보 리터러시를 21세기 핵심역량이자 인간의 기본권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엔 가짜 뉴스 추천 알고리즘 서비스와 확증편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며 이를 해소하거나 예방하는 방안으로 미디어 리터러시가 언급되기도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은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그들의 플랫폼 체류 시간을 연장시키기 위한 목적이란 것을 인지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의식적인 사용자의 비판적 소비 능력은 가짜 뉴스의 전파를 감소시킬 수 있다. 사용자가 소셜 미디어에서 접한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특정 관점만을 주장하는 콘텐츠를 경계했을 때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발휘되는 것이다. 우리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증진을 통해 사회적 위험요인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디지털 미디어 소통 역량 강화 종합 계획안’을 내놓는 등 그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학계 및 관련 공공기관에선 미디어 리터러시의 공교육 과정 편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리터러시를 만능 해결사로 단정하긴 어렵다. 이용자가 정보에 접근하거나 직접 정보를 생산하는 기능적 차원의 리터러시 역량이 높을수록 가짜 뉴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짜 뉴스가 산재하는 미디어의 늪에서, 뉴스 생산과 제작 환경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미디어 자체를 비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따라서 되려 미디어와 미디어가 생산하는 뉴스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용자의 성향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확증편향에 끼치는 영향은  판이하다. 이용자의 △개인적 특성 △디지털 매체 이용 빈도 △미디어 신뢰도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기대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는 훌륭한 처방이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어느새 디지털이란 용어가 어쩐지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며 사회를 온라인-오프라인이란 ‘이분법’으로 나누고 있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디지털 환경에 완전히 의존하게 됐다. 

게다가 ‘위드(with) 코로나’란 말이 나올 만큼 코로나19와의 공존이 불가피해지며 이러한 생활이 지속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디지털 환경에서 이용자가 갖춰야 할 태도와 규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우리가 갖춰야 할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은 무엇인지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무엇을 예방하고, 무엇에 대응할 것인지 말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백신 접종 계획을 세우기 전에 깊은 고민이 닿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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