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구글의 ‘저장용량 정책’ … 연간 ‘33억 원’ 추가 비용 발생할 수도
달라진 구글의 ‘저장용량 정책’ … 연간 ‘33억 원’ 추가 비용 발생할 수도
  • 김동현 기자
  • 승인 2021.09.06
  • 호수 1534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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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의 메일 도메인을 담당하고 있는 구글이 자사의 저장용량 정책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 측에 무제한으로 제공되고 있던 저장용량이 대폭 축소돼,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 학교는 지난해 1월을 끝으로 자체적으로 운영해오던 교내 메일 도메인을 구글의 지메일로 전환했다. 이는 도메인 전환 시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안성 높은 이메일과 유동적인 온라인 협업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거란 학교 측의 판단하에 이뤄졌다.

실제로 구글은 자사의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는 기관에 무제한으로 G-Suite for Education을 제공해왔다. 이는 교육기관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모음으로 △구글 드라이브 △구글 캘린더 △구글 포토 등의 다양한 협업 도구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는 이를 도메인 변경의 주요 혜택으로 학내 구성원들에게 소개했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구글은 기존 G-Suite for Education을 Workspace로 새롭게 개편하며 그간 무제한으로 제공하던 용량을 다음 해 7월부터 100TB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저장 데이터의 대부분이 변경된 정책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 학교의 경우 △교직원 △재학생 △졸업생을 포함해 6만여 명이 총 2,200TB의 용량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구글이 제시한 용량 제한선인 100TB와 비교했을 때 이미 20배를 넘기는 수치이다. 따라서 구글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선 저장된 데이터의 약 95%를 정리해야 하는 셈이다. 

만약 일괄적인 삭제가 현실화될 경우, 저장된 데이터에 대한 백업이 필수적인데 이는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학내 구성원들이 구글이 허용한 100TB만을 남기고 나머지 2,100TB를 일괄적으로 백업한다고 가정했을 때, 시간적·금전적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맹양섭<언정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20> 씨는 “온라인 강의 녹화본을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해 최근에 사용량이 많이 늘었는데, 이를 백업하기 위해 별도의 저장장치를 마련하고 일일이 내려받는 작업은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라 답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주무 부처가 취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이 데이터 통제 기능을 관리자에게 제공하지 않아 일괄적인 데이터 처리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캠 강기오<정보통신처 정보개발팀> 부장은 “현재 Workspace 용량을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없어 해결책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학교 측은 구글이 제시한 요금제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구글은 교육기관의 추가 데이터 사용에 대해 ‘Education Plus’ 요금제와 ‘Teaching and Learning’ 요금제를 내놓은 상태다. 전자의 경우 1인당 20GB의 용량이 제공되며, 학교 측은 사용자 1인당 연간 5달러(한화 약 5천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와 달리 후자는 1인당 100GB의 용량이 제공되며 이 경우 학교는 1인당 연간 48달러(한화 약 5만 원)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 학교 내 총 사용자 수가 6만여 명으로 집계되는 바 1인당 대략 40GB 정도를 사용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후자가 적절한 상황이라 연간 33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내 구성원은 학교에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ERICA캠 유형근<기획홍보처 대외협력팀> 직원은 “학생들과 파일 공유 시 구글 드라이브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에 사용 제한이 걸린다면 상당히 불편할 것”이라 전했다. 서동혁<디자인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15> 씨 역시 “학과 내 졸업작품 자료 취합 용도로 400GB 정도 사용하고 있다”며 “용량 제한이 현실화 될 경우 졸업 작품 인수인계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거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런 학내 구성원들의 반응에 대해 강 부장은 “구글의 정책 변경이 갑작스럽지만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 답했다.

구글의 바뀐 용량 정책이 현실화되기까지 앞으로 10개월이 남았다. 학교 측은 구글 가이드라인 변화에 예의주시하며 학내구성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클라우드: 인터넷상의 서버에 각종 파일 및 정보를 저장해 두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1TB=1,024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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