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공정(公正), 공정(空正), 공정(恐政) …
[아고라] 공정(公正), 공정(空正), 공정(恐政) …
  • 김동현<대학보도부> 정기자
  • 승인 2021.09.06
  • 호수 1534
  • 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현<대학보도부> 정기자

최근 들어 정치권에선 이른바 MZ세대로 일컬어지는 청년세대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MZ세대가 뿔났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청년들은 무엇에 그리 분개하는 것인가? 논란의 중심엔 항상 ‘공정’이 있었다. 실제로 매스컴은 “MZ세대는 공정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다” 혹은 “MZ세대는 공정에 민감하다”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공정(公正)이란 무엇인가? 이는 글자 그대로 공평(公)하고 올바른(正) 것을 뜻하는 말로, 공명정대(公明正大)의 준말이라 할 수 있다. 즉 사사로운 것은 뒤로하고 공평함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을 말한다. 

청년들이 소리 높여 공정을 외치는 지금, 우리 사회가 과연 공정(公正)한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의 공정이 껍데기뿐인, 다시 말해 알맹이 없는 공정(空: 빌 공, 正: 바를 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명정대(公明正大), 필자는 이 성어를 보면 자연히 북송의 재상 ‘포증(包拯)’이 생각난다. 우리에겐 ‘포증’이라는 그의 본명보단 ‘청천(靑天)’이란 호(號)로, 또 그의 일화를 담고 있는 드라마 「판관 포청천」의 대사 “개작두를 대령하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재판을 통해 탐관오리에게 작두 사형을 내리곤 했는데, 그 어떤 아부와 청탁도 그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실제로 기록에 따르면 그는 지방관 시절엔 백성들을 착취하는 악습을 폐지해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줬으며, 판관일 적엔 사심 없는 공정한 판결로 유명했다. 그 앞에선 막대한 힘을 가진 황제의 친인척과 일개 백성은 다를 게 없었다. 이에 포증은 사후 천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청렴과 결백 그리고 공정의 상징으로서 추앙받고 있다. 그가 많은 이들로부터 청천(靑天)이라 불린 것 역시 이로부터 비롯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정(公正)은 포증의 공정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이는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의 중립성 논란 △고위 관료 자녀의 부정 입학 △언론의 자유를 옥죄는 상식 밖의 법률 개정안 등의 촌극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공정은 올바름이 없는 공정(空正)을 넘어, 일부 집단의 사사로움만을 위한 공포의 정국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이 중에서 고위 관료 자녀의 부정 입학 건은 특히 청년세대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는 비단 정치권의 어느 한쪽만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 누구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이들은 공정(公正)을 얼마나 우습게 아는 것일까. 겉으로는 공정(公正)을 외치며 안으로는 공정(恐: 두려울 공, 政: 정사 정)을 펼치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지금의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될 것이다.

“개작두를 대령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