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이 서 있는 땅은 흔들리고 있다
독립서점이 서 있는 땅은 흔들리고 있다
  • 이다영 기자
  • 승인 2021.08.30
  • 호수 1533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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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독립서점. 하지만 현재 독립서점은 ‘독립’적인 ‘서점’으로서 기능하기에 불안정한 구조 속에 놓여있다. 독립서점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없는 이유는 완벽하지 않은 도서정가제와 독립서점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이용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도서정가제란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으로만 판매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로, 서점 간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초기 온라인 서점을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예외로 허용했던 △5% 적립 △10% 할인 △무료배송에 관한 내용은 온라인 서점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후에도 개정되지 않아 오히려 도서정가제가 불공정한 시장 구조를 조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진석<전국책방네트워크> 대표는 “불완전한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독립서점의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돼 문을 닫는 책방들이 많다”며 “온라인 서점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해당 제도는 독립서점을 결국 사멸의 길로 내몰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립서점의 존폐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독립서점을 이용하는 일부 소비자의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다. 책방 운영자들은 독립서점을 책 정보만 얻어가는 곳으로 인식하는 소비자의 이용 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천민경<스페인책방> 대표는 “책방에 와서 책 추천 목록만 찍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속상하다”며 “독립서점도 엄연한 서점이라 책을 판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사람들이 책방을 단순히 데이트 장소나 시간 보내기 좋은 곳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책방 운영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하영남<서촌그책방> 대표 역시 “책방에 방문해서 정작 책은 사지 않고 책 표지만 찍어가는 분들을 보면 한동안 속상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며 “동네 카페에 갔을 때 음료 한 잔은 무조건 주문하듯, 동네 책방에 올 땐 책을 한 권 정돈 구매하려는 생각을 갖고 오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독립서점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오래 흥행하기 위해선, 개인적인 노력에 더해 제도적 차원의 노력 역시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원래의 취지를 잃은 도서정가제가 초래한 부정적인 결과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정원옥<문화이론잡지 「문화/과학」> 편집위원은 “올바른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소규모 책방이 지금과 같은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개인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편집위원은 “책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종이책을 주로 판매하는 독립서점을 포함해 서점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독립서점이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지속되기 위해선 올바른 제도적 지원과 더불어 독립서점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도움: 정원옥<문화이론잡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조진석<전국책방네트워크> 대표
천민경<스페인책방> 대표
하영남<서촌그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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