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책의 향연, 독립서점
다채로운 책의 향연, 독립서점
  • 이다영 기자
  • 승인 2021.08.30
  • 호수 1533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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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으로 가득한 독립서점
손바닥보다 작은 책들과 두 손으로도 채 잡히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책. 책장을 벗어나 탁자 위와 바닥에 누워있는 책들도 보인다. 

어떤 책들은 불규칙하게 쌓여 있기도 하다. 정성을 꾹꾹 눌러 담은 글씨체로 추천 글이 붙어있는 책이 즐비해 있는 곳, 이곳은 바로 ‘독립서점’이다. 독립서점은 대규모 자본이나 큰 유통망에 의지하지 않고 서점 운영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소량의 책을 선별해 판매하는 서점이다. 

다양한 콘셉트를 즐길 수 있는 독립서점
독립서점을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여러 독립서점에 기자가 직접 방문해봤다.

▲서울 중구에 있는 ‘스페인책방’의 내부 모습이다.
▲서울 중구에 있는 ‘스페인책방’의 내부 모습이다.

눈앞에 스페인이 펼쳐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이곳, ‘스페인책방’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페인 여행을 콘셉트로 한 책방이다. 서점엔 다양한 스페인 서적이 구비돼있을 뿐만 아니라, 책상 위의 작은 여백마저 스페인 감성이 묻어나는 엽서와 소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천민경<스페인책방> 대표는 “스페인책방 공간 자체가 ‘스페인에 가서 살 수 없으니 내가 있는 곳을 그렇게 만들자’란 마음으로 만든 공간”이라며 “스페인을 좋아하는 분들이 자주 찾아와 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독립서점 ‘이라선’의 내부 모습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독립서점 ‘이라선’의 내부 모습이다.

서촌의 명물 책방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라선’은 그 명색답게 오래된 초판 사진집부터 절판된 희귀 서적, 최근 출간된 사진집이 다양하게 구비돼있어 사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LP의 음악 소리와 은은한 조명 속에서 사진집을 구경할 수 있는 이 공간은 다른 어느 서점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특별함으로 가득하다. 

새로운 독서 문화가 창출되는 독립서점
또한, 독립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팔고 읽을 수 있는 서점이란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의 독서 문화를 창출하는 창구다. 독립서점에 방문한 사람들은 대형서점에선 쉽게 접하기 어려운 낭독회와 책에 기반한 영화 상영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책과의 특별한 경험을 쌓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독립서점 ‘서촌그책방’의 내부 모습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독립서점 ‘서촌그책방’의 내부 모습이다.

‘서촌그책방’에선 한 달에 한 번 독서 모임이 열린다. 작고 아담한 공간에 약간의 빈티지함이 묻어나는 나무 책장과 가구들, 그 위에 나란히 정리된 책들엔 책방 주인이 직접 읽고 작성한 추천의 글이 빼곡히 적혀 있다. 하영남<서촌그책방> 대표는 “혼자 읽고 쌓아두긴 아까운 책들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며 독서 모임을 하고자 차리게 된 책방인 만큼, 독서 모임을 주력으로 하는 책방”이라며 “독서 모임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회원들을 볼 때가 책방을 운영하며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고 전했다. 

독립서점이 주는 선물
이처럼 독립서점만이 가진 이색적인 콘셉트와 프로그램은 손님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할 수 있다. 특히, 독립서점에서 제공하는 독서 모임은 비슷한 독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역 공동체를 활성시킬 수 있다. 구선아<책방연희> 대표는 “독립서점에서 이뤄지는 여러 모임이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책을 아끼는 사람들이 서로 느슨한 연대를 맺는 것은 독립서점만의 큰 매력”이라고 전했다.

대형서점에선 볼 수 없는 독립출판물을 다루고 있단 점도 독립서점만의 강점이다. 이는 1인 혹은 소규모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작품이 세상 밖으로 나와 알려질 수 있도록 하는 무대가 돼주고 있다. 평소 책방을 자주 방문하는 김정민<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21> 씨는 “독립서점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독립출판물을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서늘한 바람과 함께 책 읽기 좋은 9월, 독서의 달이 돌아왔다. 독립서점이 제공하는 이색적인 독서공간 속에서 잊지 못할 책과의 경험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독립서점에서 책에 대한 책방 주인의 열정과 애정을 접한다면 평소엔 홀대했던 책일지라도 한 장, 한 장 소중히 책장을 넘기며 음미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올가을, 독립서점이 제공하는 책들의 다채로운 향연에 흠뻑 빠져보길 바란다.

도움: 구선아<책방연희> 대표
천민경<스페인책방> 대표
하영남<서촌그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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