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수업 위해 줄어든 전공 수강정원, 학생들 불만은 커져
대면 수업 위해 줄어든 전공 수강정원, 학생들 불만은 커져
  • 최시언 기자
  • 승인 2021.08.30
  • 호수 1533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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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방식 전환으로 수강정원은 감축됐으나 대책 마련은 미흡
졸업 요건 채우지 못하거나 원하는 수업 못 듣는 학생 늘어…
양캠 총학생회와 학교 측 논의는 ‘현재 진행형’

“반드시 들어야 하는 전공 수업을 희망하는 100명이 넘는 학생 중 20명에서 30명 남짓한 학생만 들을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나요?” ERICA캠퍼스 학내 커뮤니티 게시글의 내용 중 일부다. ERICA캠뿐만 아니라 서울캠퍼스에서도 수강정원(이하 정원)이 부족해 수업을 듣지 못한다는 내용의 글이 꾸준히 게시됐다. 지난 학기까지 원격으로 진행된 수업들이 대거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정원이 감축됐지만, 학교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등장한 문제다. 

이달 초 우리 학교는 개강을 앞두고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이어지자 양 캠퍼스 감염병관리위원회를 통해 오는 9월 30일까지 전면 원격수업 시행을 결정했다. 이때 시행 안내문에선 오는 10월 이후 수업 운영은 사회적 거리두기 3·4단계가 이어지더라도 대면 형태로 전환될 수 있음을 밝히며 대면 수업 진행 의지를 보였다. 대면 형태로 수업이 진행될 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기존 원격 수업이나, 코로나19 이전 대면 수업보다 현저히 적게 정원을 설정해야 하므로 정원이 감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개설된 전공과목 수는 과거와 동일하게 유지되거나 오히려 줄어들며 수업을 듣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이다.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시작된 수강 신청 기간 동안 위의 문제는 결국 전공 수업을 신청하지 못한 많은 학생에 의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서울캠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ERICA캠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정원 감축으로 인한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지난해 2학기 혹은 직전 학기에 원격으로 진행되다 이번 학기부터 대면으로 수업 형태가 변경된 과목의 정원 감축 사례를 접수받았다. 그 결과 서울캠은 89개 과목에서 정원 감축 사례가 접수됐다. 접수된 내용에 따르면 서울캠 12개의 단과대 중 음대와 의대를 제외한 모든 단과대에서 정원이 감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영대 경영학부 △공대 융합전자공학부 △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등에선 일부 전공 수업 정원이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감축돼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ERICA캠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68개 과목에서 정원 감축 사례가 접수됐다. 접수 내용에 따르면 9개의 단과대 중 약대를 제외한 모든 단과대에서 정원 감축 문제가 발생했으며 이중 공학대 전자공학부, 경상대 경영학과와 같은 대형 과에선 전공 수업의 정원 감축으로 인해 많은 학생이 피해를 입었다. 익명을 요구한 공학대 전자공학부 소속 A씨는 “전공 수업이 대면 실습으로 진행되다 보니 정원이 줄어드는 와중에 지난해 2학기에 여섯 과목이었던 전공 수업이 올해 2학기엔 세 과목으로 줄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외에도 총학생회장 김건희<공학대 건설환경공학과 16> 씨는 “별도로 수업의 정원 감축 문제를 조사한 결과, 정원이 축소됐음에도 사례 접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으며 특히 실기나 실험 등이 진행되는 학과에서 많은 감축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전공 수업 정원 축소로 인해 학생들이 졸업 요건을 채우지 못한 사례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사례는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문제기도 하지만, 그동안 개인의 사정을 고려한 뒤 증원과 같은 구제책을 통해 해결해왔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고수하다 보니 거리두기 지침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증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 B씨는 “필수로 들어야 하는 전공 수업의 정원마저 감축된 상황”이라며 “교수님께 증원 요청 메일도 보내봤지만 대면 수업이라 증원이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대위와 총학은 양캠 교무처 학사팀과 논의를 진행했다. 논의 이후, 서울캠 학사팀은 정원 감축 문제 를 인지하고 단과대 행정팀에 공문을 보내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나 학사팀 관계자는 “지난 12일 기준으로 각 단과대 행정팀에 대면 수업을 위해 적정수준보다 정원 감축이 크게 이뤄진 사례가 있는지 조사한 결과, 모든 단과대 행정팀으로부터 그런 일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일축했다. 학생들이 정원 감축 현상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있지만, 적정수준만큼만 감축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후 비대위는 학생들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수강정원 감축에 대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재논의를 진행했고, 지난 20일 학사팀에선 비대위 측이 전달한 정원 축소 사례를 바탕으로 해당 단과대 행정팀에 ‘문제에 대한 조치’와 ‘조치 결과에 대한 회신’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ERICA캠 총학도 지난 17일, 정원 감축 사례를 토대로 감염병관리위원회에 참석해 학교 측과 논의를 진행했다. 논의과정에서 학교 측은 문제 상황을 인지해 외부 강사를 섭외해 분반을 진행하거나, 교수진에 증원을 요청하는 등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원을 결정하는 것은 교수의 재량이기에 학교 측에서 요청할 순 있으나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거리두기를 진행하면서 대면 수업을 실시하기 때문에 강의실 및 강사 부족 문제로 인해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ERICA캠 이장현<교무처 학사팀> 부장은 “교육부의 권고 등 대면 수업 확대 방침 때문에 정원이 줄어든 상황이고 실제로 1학기나 지난해에 비해 일부 감축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오는 9월 6, 7일에 있을 수강 신청 정정 기간을 통해 교수진에 증원을 요청할 예정”이라 전했다. 또한, “대면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건이 안 된다면 일부 수업은 병행이나 원격으로 전환될 여지도 있다”며 대책을 설명했다.

재학생 C씨는 “비대면으로 진행되던 전공 수업이 대면으로 바뀌면서 거리두기 지침을 위해 정원수를 불가피하게 줄였다면 부족한 정원에 해당하는 만큼 수업을 늘렸어야 했다”며 “언제까지 학생들이 피해를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학교가 보장해야 할 기본적인 학습권에 해당한다. 학교 측은 이를 보장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힘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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