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 아프가니스탄을 주목하라
[사설] 지금, 아프가니스탄을 주목하라
  • 한대신문
  • 승인 2021.08.30
  • 호수 1533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의 시선은 지금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에 쏠려 있다. 미군의 철수와 동시에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점령했기 때문이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탈레반은 이슬람 교리를 급진적으로 해석해 여성을 억압하기로 악명 높다.

아프간 내 여성은 19세기 초 영국의 지배령을 거쳐 19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기회와 기본적 자유를 보장받았다. 1958년엔 히잡 의무착용이 폐지됐고, 1965년엔 여성 참정권이 주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경 아프간에 들어선 탈레반 정권은 첫 점령 동안 여성의 교육을 전면금지하고 독자적인 외부활동을 막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샤리아법을 선포했다. 이 기간 동안 여성은 이슬람 경전 공부 이외의 학습은 할 수 없었으며 남성 동반 없이 외출하지 못했다. 외출 금지로 교육 참여에 제한을 받았던 것이다.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탈레반이 축출되자 새로 들어선 아프간 정부는 여성 교육 금지를 해제하고 여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아프간에서 여성에게 고등교육이 허용되면서 실제로 여성들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인권 탄압을 경험했던 여성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15일 탈레반은 “*부르카가 아닌 히잡을 쓰고도 여성이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여성 혼자 집 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선 약속과 다르게 탈레반은 길거리에서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을 총살하고 아프간의 헤라트 지역에선 남녀공학을 금지하는 ‘*파트와’를 발표해 여성이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차단했다. 이 같은 탈레반의 행태는 앞선 약속이 국제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보에 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많은 국가들이 이런 상황에 처한 아프간 여성들을 위해 여러 대책과 지원을 발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유럽연합은 아프간 내 여성의 권리 보호를 요구하며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중남미 국가도 소규모라도 아프간 여성을 수용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이런 국제적인 도움에 힘입어 ‘아프간 드리머스’로 불리는 여성 청소년 로봇공학팀 또한 미국과 멕시코 정부의 도움을 받아 아프간을 탈출하기도 했다.

우리는 아프간에서 발생하는 여성 인권 유린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시해야 한다. 우리가 아프간으로부터 주목을 거두는 것은 탈레반의 끔찍한 탄압을 용인하는 것과 같다. 이런 행위를 자행하는 탈레반을 정상 국가로 인정해선 안 된다. 우리가 손을 쓸 수 없다고, 현실적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해서 아프간에서 발생하는 인권 탄압으로부터 시선을 거둬선 안 된다. 아프간에서 여성이 학문에 있어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아프간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샤리아법:코란을 토대로 한 이슬람 율법으로 학파마다 그 해석이 다르다.
*부르카:눈 부위를 제외한 모든 신체를 가리는 이슬람 여성의 전통 복식이다.
*파트와:이슬람 학자들의 율법 해석 및 판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