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2021년을 담다
도쿄올림픽, 2021년을 담다
  • 나태원 기자
  • 승인 2021.08.30
  • 호수 1533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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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96년에 시작된 최초의 올림픽은 백인 남성만 출전 할 수 있었다. 또, 지난 1956년 동계올림픽에선 TV 중계가 시작돼 집에서도 올림픽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엔 올림픽을 국가 간의 경쟁으로 여기기도 했다. 이렇듯 올림픽은 그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왔다. 그렇다면, 이번 도쿄올림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승부에 얽매이지 않는 선수와 대중
그동안 올림픽에선 은메달을 획득한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또,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들을 향해 대중 역시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영의 황선우 선수는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자신의 올림픽에 대해 “100점 만점에 130점”이라고 얘기했으며, 높이뛰기에서 4위를 기록한 우상혁 선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거수경례 세리머니까지 보였다. 

대중은 이에 응답하듯 메달 획득 여부, 메달 색과 관계없이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격려했다. 올림픽을 챙겨본 김은수<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17> 씨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즐겁다”고 말했다. 박재우<예체능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도 “국위 선양의 수단으로 여겨졌던 스포츠가 즐기는 문화로 인식이 바뀌면서 성숙한 올림픽 관전 문화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평등한 올림픽을 위한 노력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빛났다. 특히, 성 평등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크게 불었다. 곽정현<한국여성스포츠회> 기획이사는 “여성 종목, 혼성 종목의 증가로 과거에 비해 여성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비율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복싱에선 3개였던 여성 체급을 5개로 늘렸고, 수영에선 남성 선수들만 참가했던 1500m 종목을 여성 경기에도 포함했다. 또한 직전 올림픽에서 9개였던 혼성 종목이 18개로 늘어나 여성 선수의 참여 기회가 확대됐다. 이로 인해 이번 대회 여성 선수 비율은 약 49%로 역대 가장 많은 여성 선수가 참가했다. 

또한, 이번 대회에선 성 소수자 선수 역시 168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으며, 트랜스젠더 선수의 참가가 처음 허용되기도 했다. 윤다림<한국성적소수자인권문화센터> 사무국장은 “전반적으로 높아진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 의식이 반영된 대회”라며 “이들의 올림픽 참여가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도 특정 의미를 내포한 시위나 △인종차별적 △정치적 △종교적 선전을 엄격히 금지하던 기존의 헌장을 수정해 시상대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각종 차별에 대항하는 의미의 행동을 허용했다. 이에 일부 선수들은 경기 중 여성 인권을 상징하는 분홍색 마스크를 쓰거나 성 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액세서리를 착용했으며,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의미의 ‘무릎 꿇기 세리머니’를 보이기도 했다. 유상건<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높아진 인권 의식이 반영돼 평등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대회였다”고 평했다.

스포츠와 정보통신기술의 만남

또한 이번 올림픽은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의 도입으로 한층 풍성해진 경기를 접할 수 있었다. 육상과 수영에선 모션 센서와 이미지 추적 카메라를 통해 선수들의 실시간 속도를 표시했으며 양궁 경기에선 카메라로 선수들의 얼굴을 분석해 심박 수를 측정하는 기술로 긴장감을 더했다. 이렇듯 스포츠에 접목된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은 시청자들에게 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박종화<공학대 기계공학과 18> 씨는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긴장 상태 등을 알 수 있어 경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정보통신기술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을 줬다. 우리나라 양궁 국가대표팀의 경우, 인공지능 코치라는 기술을 통해 훈련했는데, 이를 통해 선수의 자세와 과녁을 동시에 분석해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했다. 펜싱 선수들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자주 시도하는 패턴을 볼 수 있는 3D 안경을 끼고 이에 대응하는 훈련을 치렀다. 이의철<상명대 휴먼지능정보공학전공> 교수는 “올림픽에 적용될 정보통신기술이 선수들에겐 효율적인 훈련과 부상 방지, 대중들에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스포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올림픽으로의 발걸음

▲ 폐휴대전화, 폐가전제품을 활용해 만든 메달이다.
▲ 폐휴대전화, 폐가전제품을 활용해 만든 메달이다.

최근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뤄졌다. 시상대는 역사상 최초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들어졌다. 일본 전역의 백화점과 학교에서 수거한 약 24.5t의 폐플라스틱을 3D 프린터를 통해 시상대로 제작한 것이다. 메달 역시 시민들이 기부한 폐휴대전화와 소형 폐가전제품의 △금 △은 △동을 추출해 만들었다. 올림픽 성화와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이동 수단에는 수소 연료가 사용됐고, 선수촌 내 전기는 태양광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기존 42개의 경기장 중 약 60%에 해당하는 경기장을 재사용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배출된 탄소의 양은 약 240만 톤으로 이전 런던올림픽(330만 톤), 리우올림픽(360만 톤)에 비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수치다. 위장량<한국스포츠관광마케팅협회>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에선 올림픽이 발생시키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폐가전제품 수거 등 시민들과 함께 변화를 만들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평등
이처럼 많은 변화가 있었던 이번 올림픽이었지만 몇몇 부분에선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일각에선 여성 선수들의 신체가 강조된 일부 종목의 경기복 규정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배구에선 남성 경기복과 달리 여성의 경기복은 ‘허리와 길이가 몸 선에 딱 맞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며 트램펄린 역시 여성 선수 경기복에 대한 규정이 있다. 이에 대해 곽 이사는 “여성 선수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성적 대상화를 완전히 배제한 경기복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성 소수자 선수에 대해서도 여전히 인식의 변화가 더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트랜스젠더 선수들에 대해 일부에선 여전히 “남성 선수(여성 선수)가 참가해 실력 있는 여성 선수(남성 선수)의 기회가 박탈당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윤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트랜스젠더 선수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참가한 선수들”이라며 “이들의 노력과 실력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인식 변화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야 하는 친환경 올림픽
도쿄올림픽이 친환경 올림픽이란 평가에 대해 ‘무늬만 친환경’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는데, 이는 경기장 건설에 쓰일 목재를 얻기 위해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위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올림픽 위원회에서 정한 지속가능성 기준에 부합하는 목재가 있음에도 비용 절감을 위해 불법으로 벌채한 목재를 사용한 것이 문제”라며 “올림픽 위원회의 규정 보완을 통해 경기장 건설에 사용할 목재의 원산지를 밝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탄소 배출을 더 줄일 수 있도록 △경기 시설물 △시스템 △제도 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바람직하지 못한 언론 보도의 태도
대중들의 의식 변화에 못 미치는 올림픽 보도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유도의 안창림 선수가 획득한 동메달에 해당 방송 캐스터는 “우리가 원했던 색의 메달은 아니지만”이라고 발언해 대중의 질타를 받았다. 또한, 태권도의 이다빈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하자 일부 언론에서는 △노골드 △사태 △충격 등의 부정적 표현을 사용해 여전한 성과주의적 보도 행태를 드러냈다. 

다른 참가국을 배려하지 않은 보도 행태도 문제가 됐다. 지난달 열렸던 올림픽 개회식에서 MBC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건의 사진을 사용했고, 중남미에 위치한 국가인 아이티에 대해선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으로 소개했다. 또한 우리나라와 루마니아의 축구 경기에서 상대 선수가 자책골을 넣자 “고마워요”라는 자막을 사용해 상대를 조롱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문제의 원인을 유 교수는 “올림픽 기간 쏟아지는 보도 중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한 언론사들의 과도한 경쟁”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중들의 바뀐 스포츠 인식을 인지하고 언론사 내부에서 스포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는 한층 성숙해진 대중들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발전된 기술 덕분에 경기를 색다르게 관람할 수 있었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존재하긴 하지만, 평등과 환경을 향한 인식 변화와 노력 등 올림픽은 계속해서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4년 개최될 파리 올림픽에선 부족한 부분이 보완돼 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도움: 곽정현<한국여성스포츠회> 기획이사
유상건<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윤다림<한국성적소수자인권문화센터> 사무국장
위장량<한국스포츠관광마케팅협회> 사무총장
이의철<상명대 휴먼지능정보공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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