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생의 내력이란
[칼럼] 인생의 내력이란
  • 배연지<일반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1 졸업> 동문
  • 승인 2021.08.30
  • 호수 1533
  • 7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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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지<일반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1 졸업> 동문

인생의 내력이란 무엇일까? 저마다 답이 다르겠지만, 필자에게 인생의 내력이란 ‘신체 자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적절하게 관리된 몸’과 ‘건강한 생활습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2년의 석사과정을 마치면서, 이는 부정할 수 없는 냉혹한 사실임을 새삼 깨달았다. 대학원에 입학했을 당시, 난생처음 처해보는 환경과 생각보다 많은 과제량에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버거웠다. 하루 최소 6시간 이상 앉아서 컴퓨터만 하다 보니 운동량이 부족해져 몸의 피로가 점점 쌓여간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몸은 천근만근이고 어느새 또 하루가 저문다. 

처음엔 그저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서 아픈 것이겠거니 생각하며 병원에 가지 않고 끙끙 앓기만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스트레칭을 아무리 해도 뻐근한 몸과 피로는 쉬이 풀리지 않고, 밤잠을 설칠 정도의 통증으로 악화됐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체형교정에 도움이 되는 운동인 ‘필라테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필라테스는 어느 한 부위에만 포커스를 맞춰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이 아닌, 몸 전체의 호흡과 척추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한 운동이다. 그러다 보니 동작을 수행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정말 많다. 필라테스를 하며 평소 쓰지 않던 속 근육을 단련하고, 바른 자세를 매시간 배우다 보니 몸 전체의 균형이 잡히면서 일상생활에서 편안한 자세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몸이 편치 않으니 심적으로도 늘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위의 변화를 경험한 후엔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흔들리지 않을 정신력이 생긴 것만 같았다. 내적으로도 의미있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자세가 바르게 잡혔을 뿐인데 사람이 훨씬 활기차고 건강해 진듯하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만 하는 일상은 여전하지만, 일의 능률이 올라갔고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 상태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상태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은 필라테스를 통해 내 몸 구석구석을 느끼며 집중하는 연습을 지속해서 해왔기에 얻을 수 있는 결과라 생각한다. 필자는 이를 ‘내력의 단련’이라 하겠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다양한 종류의 시련을 겪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외부에서 예기치 못한 외력을 받쳐줄 내력을 가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에게 인생의 내력은 곧 ‘신체 자본’이고, 그러한 신체 자본을 축적하는 데 필라테스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속 근육의 힘, 즉 ‘내력’이 부족하면 잘못된 근육을 쓰게 되고, 같은 동작이지만 훨씬 힘들게 할 수밖에 없다.

운동뿐이겠는가? 평소 우리는 마음이 어수선하거나 뒤숭숭할 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경험은 모두가 경험해 봤을 것이다. 같은 일이지만 정리되지 않은 마음 때문에 훨씬 벅차게 느껴지고 효율이 떨어지다 보니 스트레스도 두 배로 쌓인다. 이처럼 우리가 자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외력과 싸울 내적 ‘자본’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이제 필자는 필라테스를 통해 몸과 마음에 집중하며, 외력에 과한 관심을 쏟아 내력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대사 중 하나다. 인생의 내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러한 내력을 세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한 번쯤 고민해 볼 만한 질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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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국환 2021-09-04 12:42:39
좋은 글입니다. 저도 글쓴분의 의견과 동일하게 건강한 몸에서 강한 내력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