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99도 물이, 100도가 돼 끓기까지
[취재일기]99도 물이, 100도가 돼 끓기까지
  • 정다경<사진·미디어부> 정기자
  • 승인 2021.08.30
  • 호수 1533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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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경<사진·미디어부> 정기자

나에게 한대신문이란, 마요네즈 같은 존재였다. 한대신문은 마요네즈와 같아, 첫맛은 달콤했지만, 끝 맛은 가늠할 수 없었다. 필자는 ‘기자가 되면 글을 잘 쓸 수 있겠지’란 달콤한 목소리에 수습기자 지원서를 내려받는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이후 몇 시간 동안 지원서를 작성하고 수정하느라 감당하기 어려운 밤을 지새웠지만 말이다.

기다리던 합격소식을 접한 후, 필자는 한대신문의 수습기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필자는 철저한 계획형 인간이었기에, 오매불망 피드백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문사를 계속하는 게 맞을까?’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읽고 필자의 이런 생각은 힘든 시기를 회피하고 싶었던 핑계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책 「멘탈의 연금술」에서 ‘보도 섀퍼’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때, 딱 3글자만 명심하라고 한다. 바로 ‘버텨라’다. 마치 내 상황을 알고, 나를 시험하는 것만 같았다. 과연 내가 버틸지 못 버틸지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버틴다’라고 답하기로 했고, 그렇게 한대신문의 역사와 함께 발맞춰 걷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신문사의 회의 분위기에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쳐왔다. 엄격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 온통 머릿속엔 ‘앞으로 이 분위기를 어떻게 견디지?’란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앞선 걱정과는 다르게 힘들 때마다 함께 ‘사미듀오’를 외치며 힘을 낼 수 있었던 동현 기자님, 그리고 마감이 끝난 후 함께 마라탕을 먹으며 스트레스 풀던 지민 기자님을 포함한 다른 84기 기자들과 빠른 속도로 친해졌다. 쓸 글은 넘쳐나고 집에 갈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힘든 버팀목이 되어준 기자분들이 있어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수습기자 생활을 끝내고 부서지원 시간이 찾아왔다. 필자는 1순위로 사진·미디어부를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필자는 산책하다가도, 낯선 이와 1시간씩 대화를 나눌 만큼 친화력이 좋고 다른 이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필자에겐 활력제로 작용했다. 사진·미디어부는 부서 특성상 낯선 사람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했기에 필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이 부서를 선택하게 됐다.

지금은 어엿한 사진·미디어부의 정기자로서 취재일기를 작성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대신문에서의 시간은 힘들고 고될 수도 있겠지만, 대학생 기자만이 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라고 믿는다. 훗날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필자의 이름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니 말이다.

새벽까지 혼자 남아 기사를 작성하던 수습기자 시절, 한 선배 기자님이 다가와 ‘혼자 있으면 강해진다’라며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필자 또한 그러한 따뜻한 말을 글로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쉽지만은 않겠지만, 마치 99도의 물이 100도가 되기까지 버티는 것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기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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