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들의 한탕
[사설] 청년들의 한탕
  • 한대신문
  • 승인 2021.06.06
  • 호수 1532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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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지새워 가상화폐를 거래하거나,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주식 시세를 확인하는 청년들이 있다. 가상화폐와 주식의 세계에 뛰어든 청년들은 한탕을 꿈꾸며 투자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러한 젊은 층의 한탕주의가 거세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저금리의 장기화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상승은 젊은 층의 주거비 가중을 가져왔고 주거 불안정을 심화시켰다. 이에 따라, 정상적인 근로소득 투자로는 안정적인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현실이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이번 생에선 불가능’이라는 좌절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결정한다고 볼 수 있는 주거와 소득의 불안은 2030 세대들이 ‘잭팟’을 꿈꾸며 가상화폐나 주식에 발을 들이게 만든다. 

청년들의 경제 상황은 그대로인 데 반해 집값은 치솟는 현실에 이들의 투기 성향은 더욱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원룸 거주 기간이 1년 미만이라고 답한 25~29살과 30~34살의 비율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에서 전세로 넘어가기가 어려워지고 월세를 전전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집이 아니라 방에 산다’는 청년들은 언젠가 좁은 한 평에서 벗어나 자신의 집을 갖는 꿈을 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것이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구정우<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젊은 층의 투자에 대한 절박함은 부동산 폭등이 기여한 부분이 크다”며 “가면 갈수록 ‘비 투자자’가 뒤처지는 구조를 느끼게 됐을 것”이라 말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수많은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은 전혀 없었다. 시장의 원리를 고려하지 않아 세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은 청년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 뿐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근로소득과 집값 사이의 격차 또한 청년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에 이들은 불확실하지만, 즉각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투자 시장으로 향하게 된다. 직장인 A씨는 폭등한 집값과 근로소득의 한계를 생각해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주식으로 얻는 소득이 근로소득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평생 회사만 다녀선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금 상승률이 아파트·주택값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청년들의 불안한 미래를 바꿔보고자 근로소득보단 투자소득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가상화폐의 가격과 주가는 언제든 급락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소득을 넘어서 이른바 ‘빚투’(빚을 내서 투자)로까지 성행하는 만큼 청년들의 하루하루는 불안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한탕을 노리는 투자가 이어지는 이유는 가상화폐와 주식 시장이 2030 세대들의 주거난과 소득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마지막 한 방이자 희망’과 같이 여겨지기 때문이다. 소득과 집값 사이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집값 안정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해야 할 시점이다. 청년들은 가상화폐와 주식 열풍 속에서 진정으로 발 붙이고 서 있을 곳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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