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 NFT가 찾아온다
대체 불가능, NFT가 찾아온다
  • 맹양섭 기자
  • 승인 2021.05.23
  • 호수 1531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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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부터 복제기술의 발달로 원본과 모조품의 차이가 사라지게 됐다. 이를 바라본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손수 만든 예술작품의 유일무이한 아우라를 잃어간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작품의 원본이 풍기던 분위기는 없어져갔다. 그러나 오늘날 그 아우라가 다시 재현되기 시작했다. 바로 ‘대체 불가 토큰(Non-Fungible Token)’(이하 NFT) 덕분이다.

NFT = 소유권 증명서
지난 18일 바둑기사 이세돌은 그가 AI 알파고를 이긴 영상을 NFT로 매겨 약 2억5천만 원에 거래했다. 암호화폐의 일종인 NFT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저마다 고유성을 띤 일련번호를 각각의 디지털 콘텐츠에 입력해 원본을 보증한다. 이를 통해 △영상 △오디오 △이미지와 같은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거래되고 있다.

NFT는 고유성과 진정성에서 가치가 비롯된다. 이재현<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가상의 코드를 NFT에 부여해 디지털 콘텐츠의 고유함을 만드는 것은 아우라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NFT는 ‘소유권 증명서’를 갖는 것이기도 하다. △거래 이력 △소유주 △원본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되파는 리셀 시장에서 NFT는 유명 브랜드의 한정판 상품을 판매할 때 진품인지 짝퉁인지 그 진위를 판단해준다. 음원 같은 경우에도 NFT를 통해 불법으로 다운받은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 이처럼 NFT는 여러 분야와 접목해 활용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NFT가 가장 대표적으로 쓰이는 분야는 ‘미술계’와 ‘메타버스’이다.

디지털 미술과 아우라의 등장
NFT가 미술계에 도입되면 디지털 작품의 전시와 유통이 원활해진다. 미술계에서 실세는 주로 갤러리나 경매사다. 기존의 아티스트 입장에선 이 둘을 통하지 않으면 작품을 판매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아티스트가 NFT로 작품을 발행한다면 굳이 오프라인이 아니더라도 온라인에서 판매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오프라인에서 미술작품을 구매할 땐 원본 여부를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NFT는 그 자체로 진품임을 보증하기에 작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에 관해 “미술작품이 무한히 복제되더라도 원본이 갖는 유일무이함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메타버스
메타버스와 NFT의 접목 가능성 역시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란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에 들어온 형태로,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이 교수는 게임에서 아이템을 거래하는 경우 “이용자가 아이템을 NFT화 해 가상세계의 물건을 거래할 수 있다”며 “게임 운영이 종료돼도 본인의 자산으로 남길 수 있다”고 전했다. NFT는 메타버스에서 가상세계의 고유한 물건을 오프라인의 돈으로 거래할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이로써 메타버스는 현실에 더욱더 가까워지게 된다.

▲ 게임 「제페토」에선 이용자들이 아바타를 제작하고, 이를 현실의 돈으로 거래한다.

NFT: 표절과 자산
이런 NFT가 아직까지 풀지 못한 난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표절하는 것과 디지털 자산의 안정성이다. 먼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표절은 두 가지다. 콘텐츠에 대한 원작자의 동의 없이 그의 소유물을 NFT로 등록하는 것과, NFT가 등록된 콘텐츠를 일부 수정해 다시 NFT로 등록하는 것이다. 이는 NFT가 가진 정체성을 앗아간다. 지난 3월 중국에선 디지털 콘텐츠를 복사한 여러 표절 작품이 NFT 거래소 ‘크로스 플랫폼’에 게시된 바 있었다.

NFT는 블록체인 기반의 탈집중화 기술이다. 이는 다수의 이용자에게 권력이 분산되지만, NFT 거래소는 이용자의 거래 과정에 개입하지 않아 이곳에 표절 작품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집중화 기술은 NFT 거래소가 이용자 사이에 표절 작품을 검사하지만, 거래소에 권력이 집중돼 작품을 과다 검열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요훈 IT칼럼니스트는 “탈집중화 경향으로 일부 NFT 거래소가 표절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상황”이라며 “원작자는 저작권 등록을 최우선하고, 플랫폼의 역할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결국 NFT 거래소가 표절작품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초기 개발에 있는 NFT의 성공을 위해선 안정적인 디지털 자산의 실현 여부도 중요하다. 이 칼럼니스트는 “NFT 상품을 구매했는데 이에 관한 원본 파일이 삭제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디지털 콘텐츠를 삭제되지 않는 자산으로써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고 전했다. NFT를 등록해도 해킹과 같은 요인으로 원본이 사라질 수 있으므로 이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남을 것이냐, 사라질 것이냐
아날로그 시대엔 원본이 가지는 고유성이 내재됐지만,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사라져갔다.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원본과 모조품의 경계가 흐려져서다. 디지털의 도래와 진정성의 상실, 여기에 NFT의 등장으로 아우라가 재현되려 한다. 우리의 일상에 NFT가 자리 잡아 유일무이함을 이어갈 수 있을지 행보가 기대된다.


*블록체인: 블록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체인 형태로 여러 컴퓨터에 복제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도움: 이요훈 IT칼럼니스트
이재현<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사진 출처: https://www.gucci.com/kr/ko/st/stories/inspirations-and-codes/article/zepeto-x-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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