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일반인으로 예술하기
[장산곶매] 일반인으로 예술하기
  • 정채은 편집국장
  • 승인 2021.05.22
  • 호수 1531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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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채은<편집국장>

최근 연예인의 미술 작품 활동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한 미술 작가가 방송에 나와 특정 연예인의 미술 작품에 대해 비판적으로 발언했는데, 이것에 대해 또다시 여러 유명인의 반박이 이어졌다. 대중 역시 두 가지 의견으로 첨예하게 나뉘었는데, 누군가는 옳은 소리를 했다며 이 작가를 응원했고, 다른 누군가는 ‘예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이냐’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연예인과 화가를 겸하는 이들을 부르는 ‘아트테이너(Art+Entertainer)’라는 합성어가 있을 만큼 연예인들의 미술 작품 활동은 공공연한 일이 됐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은 늘 갑론을박의 주제가 됐는데 연예인이 작품을 공개할 때마다 ‘이걸 작품으로 볼 수 있는지’부터 ‘대체 현대 미술은 무엇인가’라는 다소 심오한 의문까지 남기기도 했다. 아트테이너를 둘러싼 다양한 주장 중에선 작품성에 대한 것도 있지만, 그들이 미술 작가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연예인이기에, 유명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미술의 ‘미’자도 모르는 필자는 예술적 가치 그 자체를 판단할 깜냥이 안되니 이 부분은 차치하고, 연예인의 예술적 창작활동이 비판을 받는 이유를 알아봤다.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연예인 특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예인 누구의 작품이 아니라면’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 또 그만큼 높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었을까 등의 의심이 따라오게 된다. 

유명인의 작품 활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수만은 없는 이유는 또 있다. 그것은 그들이 누리는 것이 누군가는 꿈꾸기 어려운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학도가 미술 작가로 성장하기까진 많은 등용문을 넘어야 하는데 그 시작은 작품을 대중 앞에 내보이는 일이다. 그리고 이조차 많은 미술학도에겐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시작이 다를 수 있다는 것, 기회가 평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미술 작가가 되긴 힘들다. 실제로 지인 중 예술 업계에서 꿈을 키우는 이가 있는데 전시회 준비 단계에 드는 비용을 듣고 까무러치게 놀랐다.

그러나 이것을 두고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본질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연예인의 예술 작품이 예술로 인정될 수 있는가, 그들이 작가가 맞느냐 등의 원색적인 담론에서 벗어나 일반인이 대부분인 이 사회에서 미술하기, 예술하기 왜 이렇게 힘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냐는 것이다. 필자가 느끼기에, 예술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꽤 형성돼 있고 많이들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 역시 예술을 바라보는 변화하는 사회적 인식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형식에 정부의 예술 지원 사업은 이벤트적인 성격이 짙고, 예술인들에게 일시적인 일자리 제공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 외에도 여전히 정부 주도의 예술 지원 사업은 그 범위도 작을뿐더러 장르 역시 한정적이다. 물론 민간에서 주도하는 사업도 그리 좋은 환경에서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을의 위치에서 소모돼가는 예술인들의 이야기는 익숙하다. 조금이라도 대중에게 자신을 알리고, 작품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하는데, 선발 단계부터 무한 경쟁 한복판에서 ‘스펙 쟁탈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일반인으로 예술하기 너무 힘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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