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흘러내린 땅은 더 굳어진다.
눈물이 흘러내린 땅은 더 굳어진다.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6.10.02
  • 호수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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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신문기사는 기획에서 시작된다. 기자 없는 기사는 있어도 기획 없는 기사는 없다고 할 만큼 기획은 중요한 과정이다. 마치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우리는 기획에서 기사에 대한 큰 틀을 잡고 남은 1주일 동안 발로 뛰어다니며 빈 공간을 칠해나간다. 그리고 화가들이 화폭에 담고 싶은 대상이 있는 것처럼 기자들도 쓰고 싶은 기사가 있다. 그런데 한정된 지면을 고려해야 하는 부장의 입장에서는 기자들의 요구를 다 받아줄 수 없는데다, 경험이 부족한 기자들이 들고 오는 기획은 부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두 실어줄 순 없다. 그래서 기획회의 때면 종종 기사 기획과 방향 등을 둘러싸고 기자와 부장 사이에 의견 충돌이 일어나곤 한다.
물론, 자기가 원하는 기사를 쓰고 싶어하는 기자들과 신문 전체를 살펴야 하는 부장들 사이의 의견 충돌은 당연한 일이다. 때로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걸 두려워했다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마찰을 두려워해 의견을 내지 않는다면 그건 기자가 아니라 기계다. 시키는 대로만 하는 기계...  하지만 때론 그 충돌이 잘못된 방향으로 번져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릴 때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가끔 그렇게 된다. 평상시의 의견 충돌은 왜 이 기사를 실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이거나 '그 기획으론 기사 안나와'라면서 기획안의 부실함을 지적하는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비판을 기획안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나에 대한 반박이나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강하게 반발한다. 순전히 반대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상대방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보기 위해서 감정적인 반응과 험한 말로 상처를 입힌다. 그리고 그러면 그 주는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 된다.
이틀 밤을 꼬박 새면서 신문을 만들어도 그걸 식탁보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린 울고 싶어진다. 수많은 기사를 쓰면서, 그리고 힘들게 취재를 다니면서 무시당하고 귀찮은 사람 취급받을 때 우리는 가슴 속에서 뭔가 탁 막히는 걸 느낀다. 그렇게 뭉친 근육과 지친 마음을 이끌고 신문사로 돌아온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힘을 얻는다.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짓는 것이 우리들의 즐거움이자 일주일을 견디게 해주는 버팀목이다. 그러나 험한 말로 인해 서로 얼굴 마주보기가 꺼림칙하고 분위기가 무거워졌을 때,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대신문은 한 가족이지만 가족이라고 싸우지 않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싸울 때 더 심하게 싸우는 게 가족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결국 다시 하나로 뭉친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결국 다시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가족처럼, 우리는 솔직하게 사과하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우리에겐 매 주마다 이루어야 할 공통의 목표가 있고, 매 주마다 쌓아 온 추억들이 있다. 오늘의 일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한 채 우리는 새로운 한 주일을 기다리며, 또다시 우리의 추억에 일주일을 더할 준비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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