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백신과 죽음, 그리고 불안
[칼럼] 백신과 죽음, 그리고 불안
  • 김판<국민일보 사회부> 기자
  • 승인 2021.05.23
  • 호수 1531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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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국민일보 사회부> 기자

정부는 안심하고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고 홍보했다. 요양병원 입소자 등 취약 계층이 먼저 접종 대상이 됐다. 그리고 접종 이후 부작용이 의심되는 이상 사례가 여럿 신고됐다. 죽음으로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죽음과 부작용에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는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직 의학적으로 백신과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백신이 부작용을 일으켜 목숨까지 앗아갔다’는 문장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요양병원 입소자나 고령층은 이미 기저질환이 있거나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도 했다.

하지만 ‘내 가족의 일’이 되면 입장은 완전히 달라진다. 유가족이나 피해자 가족들에게 의학적인 인과 관계나 논리적인 설명은 그리 설득력이 없다. 당사자들의 입장에선 ‘백신 접종 후 돌아가셨다’는 짧은 문장에 한 치의 거짓도 섞일 틈이 없다. 시간순으로 벌어진 일을 그들의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밤 12시 기준 백신 접종 후 사망자 51명의 세부 데이터를 살펴보면, 43명(84.3%)은 백신 접종 후 일주일 이내에 사망했다.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27건은 접종 후 이틀 안에 사망했다.

‘75세 이상 접종 대상자’라는 연락을 받고 걸어서 접종 센터에 간 A씨는 백신 접종 후 일상은 무너져 내렸다. 접종을 마친 A씨는 이웃들과 택시를 타고 돌아오던 길에 갑자기 피를 토하고 ‘툭’ 쓰러졌다. 신고를 받고 119 구조대가 출동했지만 이미 심장이 멈춘 뒤였다. 그렇게 A씨는 백신 접종 후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A씨의 아들은 ‘백신 접종 후 1시간 뒤 사망. 정부는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에서 맞으라고 해 맞은 죄 밖에 없다”며 “정부가 사망 원인에 대해 툭하면 기저질환 때문이라고 핑계 대는데, 피해 본 사람들은 어디에 하소연할 수 있냐”고 따졌다.

백신 접종 후 사지마비 증상이 온 40대 여성 간호조무사의 남편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일주일 만에 검사비와 치료비만 400만 원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별다른 안내는 받지 못했다. 그는 “국가에서 ‘믿고 백신 맞으라’고 하더니 부작용 이후엔 연락이 없다”며 “백신을 맞고 나서 사지마비 증상까지 왔는데도 국가는 별다른 얘기 한마디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 근무했던 아내는 정부 지침에 따라 백신 접종을 진행했다고 한다. 남편은 “부작용이 우려되긴 했지만 백신을 거부하면 나라에 대역죄를 짓는 것처럼 여겨져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역시 아직 백신으로 인한 인과성이 입증되지는 않았다. 그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앞으로 나와 같은 피해를 볼 수 있는 수많은 국민을 위해 용기를 냈다. 과연 국가가 있기는 한 것인가”라고 게시했다.

이 같은 사례들이 언급될 때마다 보건 당국은 “불안을 조장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일각에선 “언론이 지나치게 백신 불안을 조장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나와 내 가족이 맞을 백신에 혹시 모를 부작용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은 자연스럽다. ‘불안해하지 말라’고만 해서는 해결될 일도 아니다. 실재하는 시민들의 불안을 직시하고 책임 있는 설명과 조치를 내놓는 게 불안 해소의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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