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이하 공실본)는 우리 학교 서울캠퍼스를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실본 측은 우리 학교에 설치된 공자 아카데미(이하 공자학원)가 사실상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의 첨병이며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사상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으니 폐쇄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반중 정서가 확산됨에 따라 더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공자학원은 *소프트 파워 강화 정책의 일부로, 중국 언어와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중국 정부에서 세계 각 나라의 대학을 중심으로 설립한 비영리 교육기관이다. 우리 학교엔 지난 2015년 설치됐으며 서울시 내엔 4개, 전국적으론 총 23개의 대학에 공자학원이 있다. 이 기관들은 중국 국무원 교육부 직속 산업기관인 ‘국가한판’에서 도맡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민호<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 대표는 “공자학원이 표면적으론 교육기관을 표방하고 있을지라도, 깊숙이 들어가 보면 공산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을 전파하며 해외 공작 역할까지도 담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어서 그는 “학생들이 중국에서 지원한 강사와 교재로 교육을 받으면 자연히 그 나라의 긍정적인 면만 보게 돼 균형 잡힌 시각을 갖지 못하게 될까 우려스럽다”며 “중국은 신장 위구르, 홍콩 사태처럼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만행을 저지르는 국가이므로 더욱 엄격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계 각국에선 이미 공자학원을 추방하고 있는데, 한양대에서 유지하고 있는 건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는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공실본 측은 공자학원이 직접적으로 사상에 대한 교육을 하는 건 아니지만, 간접적이고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자학원 본부에선 매년 중국어 말하기 경진대회, 중국어 암송대회 등의 행사를 진행하는데, 지난해 우송대 공자학원에서 주최한 ‘온라인 중국어 시 암송대회’의 참가 작품에 마오쩌둥의 시가 포함돼있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공실본에서 자체 제작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내 공자학원에서 △교육 대상을 주변 지역 초·중·고등학생들에게까지 확장 △문화 교류 행사에 부적절한 검열 기제 작용 △주최 행사에 검열 기제 작용 △중국 정부로부터 사상이 검증된 강사 파견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강좌를 수강해 본 학생들과 해당 기관 소속 교직원들은 이런 주장이 다소 과도한 지적이란 입장이다. 중국어 회화 과정을 수강한 적 있는 학생 A씨는 “수업을 듣고 있을 당시 홍콩 민주화 운동, 코로나19 우한 발원론 등이 사회적 이슈였는데 중국인 강사에게 이런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고, 내 생각도 말하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슴없이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강사는 중국인이니 당연히 자국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지만, 그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20년 이상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내가 공산주의 사상에 물들 일은 없다”고 선 그었다. 다만, 그는 “판단능력이 미숙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자학원 교육 프로그램을 확장 운영한다면 그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교육원 관계자 B씨는 “우리 학교의 공자학원은 중국 길림대학교와 직접 교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교내에 중국인 유학생이 많기 때문에 서로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은 배제하는데 황당할 따름”이라 전했다. ‘공자학원은 중국의 정치적 선동의 온상’이라 지목한 한 대표의 주장이 우리 학교와는 무관하단 뜻이다. 한편, 윤종승<공자아카데미> 원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별도의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공자학원의 설립 배경 뿐만 아니라 실제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파악하여, 최근 불거진 ‘공자학원’ 논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프트 파워: 한 국가의 문화 ·예술 및 정보과학기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으로 군사력이나 경제력처럼 물리적·경합적인 힘을 지칭하는 하드 파워에 대응하는 개념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