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다’
[칼럼]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다’
  • 김진용<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 승인 2021.05.02
  • 호수 152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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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용<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대단한 뉴스였다. 눈앞에서 실시간 중계로 보고 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하다니….

야밤에 도망치듯 청와대를 빠져나오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서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한동안 멍 했던 기억이 난다.

JTBC의 국정농단 기사가 처음 방송되고 나서 나라는 완전히 국정농단사건에 빠져들었다. 광화문에선 ‘촛불집회’가 매일 열렸고, 하루가 지날수록 참여하는 사람의 수는 늘어만 갔다. 마치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지 않으면 ‘못 배운 사람’, ’적폐’ 등으로 낙인 찍혀 어디 가서 자기 생각을 편하게 말할 수도 없는 시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의 의견은 같았다. 투표로 정한다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을 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때다 싶어 나온 ‘전문 집회꾼’들도 있었지만 과연 그 수가 수십만이었을까. 순수 시민들이 거의 대다수였을 것이다. 그만큼 충격적이고 믿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그리고 필자도 그때는 촛불을 드는 것이 정의라고 믿었다.

박근혜 정부가 막을 내리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이제 4년이 지났다. 임기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나라는 항상 조용할 날이 없었다. 하지만 한 때 논란을 야기시켰던 일이 보수정부가 들어섰다 한들 없었으리란 보장이 있으랴. 그리고 항상 정책이라는 것이 각자의 신념과 생각에 따라 호불호가 있는 것이니 지난 4년의 모든 정책과 결정을 부정하는 것 역시 공정하지 않다.

MB정부 때 사대강사업이 그러하고, 박근혜 정부 때 공무원 연금개혁이 그러하며, 현 정부의 공공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 등이 그러하다. 누가 보기엔 최고의 사업이었고, 누가 보기엔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정책일 뿐이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정권은 임기 내내 부동산과의 전쟁을 하다가 임기 대부분을 보냈다. 20번이 넘는 정책을 발표하고 실패하고를 반복하는 동안 부동산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소위 ‘영끌’을 해 집을 ‘묻지마 구매’한 사람들은 최근 금리 인상 가능성에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다.

현 정권 내내 부동산은 ‘뜨거운 감자’였다. 강남사는 사람들은 다 투기세력으로 낙인 찍히고, 집이 있으면 세금걱정에 벌벌 떨었으며, 소득 여부와 상관없이 부동산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은퇴한 서울 아파트 소유자들을 옥죄었다.

한 국회의원은 ‘집값 올라도 솔직히 상관없다. 세금만 잘 내주면 우리는 땡큐다’라며 임대차 3법통과를 자축했고,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에 가서 13평 아파트를 보며 ‘이정도면 4인가족이 살만하다’며 국민 마음에 상처를 줬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것은 정말 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용기 가득한 행위이다. 지난 2006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병원 외과장 다스쿱타는 수술 중 큰 실수를 저질렀다. 40년 경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그 순간,  굽타박사는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습니다’라며 환자와 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다. 결국 환자 가족은 굽타박사를 고소하지 않았고 이 사건으로 오히려 굽타박사와 해당 병원의 신뢰도는 올라가는 계기가 되었다. 잘못을 인정한 자의 진심 어린 사과의 힘은 이렇게 위대하다.

논어엔 ‘군자가 잘못을 범하는 것은 일식과 월식 같은 것으로 누구나 잘못을 한다. 단 잘못을 고쳤을 때 사람들이 존경을 하게 된다’고 했다. 잘못을 고치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우선돼야 한다. 진심 어린 사과는 용서를 낳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리고 서로 간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촛불집회로 정권이 바뀐지 벌써 4년이 지났다. 그 당시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은 지금 어떠한 생각으로 현 정부를 바라보고 있을까. 다시 촛불을 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정도는 있을 수 있는, 촛불을 들 ‘깜’이 아니라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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