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우리 정부의 ‘뒷북 대처’
[사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우리 정부의 ‘뒷북 대처’
  • 한대신문
  • 승인 2021.05.02
  • 호수 1529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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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일본은 오는 2023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천명했다. 오염수에 들어 있는 방사능 오염물질은 정화 장치로도 거르기 어려울뿐더러 시간이 지나도 잘 희석되지 않는다. 때문에, 일본의 이러한 결정은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제대로 된 해명 없이 일방적으로 방류 결정을 내린 일본의 태도는 무책임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안일하게 생각한 듯하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는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사안이다. 8년 전 국제원자력기구에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사성 농도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바다에 방류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그때부터 일본은 국제사회에 접촉하며 오염수 방출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이런 일본의 움직임에 우리 정부는 다소 미온적이었다. 지난 2018년 일본 측이 원전 오염수 방류를 언급한 뒤 우리나라 정부도 전문 조사단을 구성했지만, 일본에 몇 차례 자료공개를 요구했던 것에 그쳤다. 지난해 2월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일본에 방문해 오염수 방류 사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을 때도, 우리 정부는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 정부 부처는 소극적인 태도로 수수방관한 셈이다. 

우리 정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인 건 일본이 원전 오염수 방류 방침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겠단 공식발표가 있고서였다. 지난달 17일 정의용<외교부> 장관은 미국 측 기후특사와 만나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반대할 것을 직접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을 신뢰하고 해당 사안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우리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갖는 미국이 방한 중 공식적으로 일본을 지지한 건 분명 뼈아픈 사실이다. 게다가, 일본과 인접한 한국이나 중국 외에 다른 국가들은 일본의 결정에 별다른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오래전부터 국제사회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해온 일본과 비교했을 때, 우리 정부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침에 단호히 대응하고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은 한참 부족했다. 

정부의 미흡했던 대처와 외교적 역량은 결국 국민들을 직접 일어서게 만들었다. 전국 지자체장들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반대하고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있다. 지역별 수산업계 종사자들 역시 반대 집회를 열었고, 일부 대학생들은 삭발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향후 국가의 앞날과 직결된 다른 크고 작은 외교 문제에 있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부족으로 똑같은 일이 반복되진 않을까 우려된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은 주변국의 우려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내린 잘못된 조치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나오기 전에 외교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해 문제를 예방했어야 할 정부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묻고 싶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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