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흡연 부스인가?
누굴 위한 흡연 부스인가?
  • 김유진 기자
  • 승인 2021.04.12
  • 호수 1528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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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퍼런스홀 맞은 편, 왼쪽은 흡연부스고 오른쪽은 금연 구역이다.
▲ 과학기술관 앞,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위치한 흡연 구역이다.

ERICA캠퍼스에는 25개의 흡연 부스가 있 다. 12개의 흡연부스엔 가림판이 설치돼있고, 나머지 13개엔 별도의 가림판 없이 재떨이만 구비돼 있다. 이런 교내 흡연부스의 형태로 인해, 비흡연자 학생들은 원치 않는 담배 냄 새를 맡아야 한다. 담배 연기가 흡연부스 밖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길목까지 퍼지기 때문 이다. 이 때문에 흡연자들도 통행자의 눈치 를 보느라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흡연부스 설치에 대한 부족한 법적 기준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원인은 가장 먼저 미흡한 흡연실 설치 기준과 법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령에 의하면, 고등교육시설의 소유 자 또는 관리자는 가급적 실외에 흡연실을 설치하되 부득이한 경우 건물 내에 흡연실 을 설치할 수 있다고만 기재돼 있다. 이는 흡연부스를 어디에, 어떻게 설치할지는 관리자 의 자율에 맡겨둔 것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관계자 A씨는 “금연구 역지정관리 업무지침을 통해 흡연부스 설치 에 대한 권고를 내리고 있지만, 이는 강제적 으로 지켜야 하는 의무 사항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나란히 위치한 흡연구역과 금연구역
이로 인해, 교내에 설치된 흡연부스는 흡 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 불편을 주는 상황 이다. △복지관 △제2과학기술관 △컨퍼런스 홀 등에 설치된 일부 흡연부스들은 학생들이 쉬는 공간인 정자와 바로 인접해 있다. 김선 경 씨는 “학생들 이 쉴 수 있도록 마련된 정자 중 상당수가 가 림막 하나를 기준으로 한쪽은 흡연구역, 한 쪽은 금연구역으로 나뉘어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흡연자의 불만도 적진 않다. 흡연 부스와 금연구역, 그 경계가 모호하다 보니 금연구역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 어 종종 금연 구역에서 흡연하게 되는 것이 다. B씨는 “당연히 흡연부스 바로 옆에 있는 정자가 흡연구역이라 생각해, 그곳에서 담배 를 피우다가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정운 씨는 “흡연 구역 및 부스가 학 생이 쉴 수 있는 곳과 비슷하게 생겨 흡연구 역과 금연구역이 구별이 안 된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흡연부스 형태에 불만이 있는 학생들도 있다. 이다현 씨는 “교내 흡연부스는 환기 시스템이 제대 로 갖춰져 있지 않고, 가림막만 설치돼 있어 담배연기가 밖으로 퍼진다”며 “이로 인해 교 내 흡연부스를 지나다닐 때 간접흡연을 한 적이 있다”며 불편해했다. 김 씨는 “제 역할 못 하는 가림막만 있는 흡연부스를 심지어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곳에 설치했다”며 담배 연기로 피해 본 경험을 전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물론 이러한 형태의 교내 흡연부스가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 관재팀 관계자 C씨는 “많은 학생이 현재 교내 흡연부스에 대해 불 편을 느낀다면 이를 개선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C 씨는 “법적으로 이에 대해 정확히 규제하고 있는 바가 없고, 교내 흡연 부스도 문제 될 부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 다”고 전했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국가 차원 에서 흡연 부스 형태 등에 대해 명확한 기준 을 마련함으로써 실질적인 흡연 시설 마련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 어떤 형태의 실외 흡연 부스를 설치하며, 어디에 흡연부스를 설치해 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학교 측은 많은 학생이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법적으로 규제된 바 가 없다고 해서 손 놓고 있어선 안 될 것이다. 학교는 법이 규정하지 않더라도 학생을 우선 시하는 고등교육기관의 일원으로서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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