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대체 불가능의 혁신이 될까, 골칫거리가 될까
[장산곶매] 대체 불가능의 혁신이 될까, 골칫거리가 될까
  • 정채은 편집국장
  • 승인 2021.04.11
  • 호수 1528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채은<편집국장>

얼마 전 가상 공간의 디지털 형태로 된 집이 무려 5억6천만 원에 팔렸다는 기사를 봤다. 얼마나 대단한 집인지 한번 보려고 했더니 3D 파일 형식으로 돼 있어 AR이나 VR로만 ‘집들이’가 가능하단다. 많은 의문이 든다. 얼핏 보면 실체가 전혀 없는 이 집에 어떻게 가격이 매겨질 수 있는 걸까. 이런 집을 산 사람은 무슨 생각일까.

이 집은 세계 최초의 NFT 집으로 소개됐다. NFT란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뜻이며 블록체인상에서 토큰(즉, 암호화폐)의 한 종류이다. 하나의 토큰은 고유한 하나의 값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 불가능하다. 디지털 집에 숨어있던 비밀을 캐내려고 하다가 그만 △대체 불가능 △블록체인 △토큰이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단어를 만나 NFT를 이해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까지 필자가 이해한 것을 정리해보자면 NFT는 쉽게 말해 ‘정품 보증서’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NFT라는 인증이 붙으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상징물이 된다. 흥미로운 것은 NFT가 활용되는 분야다. 동영상이나 JPG 형식과 같은 사진 파일, 심지어 문자 등 그 무엇이든 NFT가 적용될 수 있다. 트위터의 최고경영자 잭 도시의 트윗이 NFT 거래에서 32억 원에 낙찰됐는데, 그 내용은 ‘just setting up my twttr(이제 막 트위터 계정을 만드는 중)’이었다. 단 한 줄의 문장이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린 이유는 이 트윗이 트위터 최초의 트윗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이것에 NFT가 붙은 이상 누군가 이 글을 따라 쓰고, 여기저기 퍼 나르더라도 진짜는 NFT가 부여된 딱 하나다.

유명 브랜드에서도 NFT 기술이 접목된 상품을 제작하고 있는데, 지난 2019년 나이키는 상품에 자사의  고유한 아이디를 부여해, 제품을 소유한 이들이 진품임을 증명할 수 있도록 ‘크립토킥스’라는 특허를 냈다. 나이키 외에 다른 유명 패션 브랜드들도 NFT 상품 출시를 검토 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짝퉁’이 많은 명품과 스포츠 브랜드에서 NFT가 진품을 인증해주기에 브랜드에선 이를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같은 맥락에서 NFT는 디지털 예술 분야와 만나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복제가 자유로워 더는 원본의 의미가 사라진 디지털 세계에서 NFT의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원본에 고유성이란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디지털 예술품 거래 과정이 이 기술 안에 정확히 기록되기 때문에 그 과정이 투명해질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다양한 디지털 예술가들에 의하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NFT를 통해 디지털 예술가들의 활동 반경이 훨씬 넓어지고, 작품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디지털 예술 시장 역시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NFT로 거래된 것들의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보고 있자면 ‘거품’이라는 비난과 ‘투기의 일종’이라는 것이 오명은 아닌 듯하다.   물론 누군가에겐 그것이 아주 의미 있는 거래였을지라도 말이다.  

또한 무엇이든 거래된다는 특징은 자칫 NFT 시장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거래되는 물품과 이에 대한 가치를 매기는 데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국 영화 감독이 1년 치 방귀 소리를 NFT 형식으로 10만 원에 팔았다. 이것이 ‘거래’된다는 사실 자체가 비정상적이지 않은가. 벌써 NFT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최신 기술이 가져올 혁신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 역시 존재한다. NFT는 어떤 내일을 맞이할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