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속 학과 통합, ‘융합’과 ‘전문성’ 다 잡을 수 있을까
잡음 속 학과 통합, ‘융합’과 ‘전문성’ 다 잡을 수 있을까
  • 배준영 기자
  • 승인 2021.04.11
  • 호수 1528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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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불통에 주목했던 지난 1527호에 이어 당시 부재했던 소통이 현시점 어느 수준까지 이뤄졌는지, 나아가 스포츠산업과학부 신설의 취지와 향후 계획, 그 방향성 등을 조명하고자 한다. 비록 이번 학과 통합의 대상은 스포츠산업학과와 체육학과, 두 학과에 한정돼있지만 추후 대학 구조조정에 따른 정원 감축 및 학과 통폐합은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교 측 입장이다. 이에 학생들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 치부해 단순히 흘겨 넘길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관심 갖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미결된 불통 논란, 학교 측 입장은
앞선 ‘소통의 부재’는 불가피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예체대 학장 조성식<예체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학과 통합의 경우 고도의 정책결정 사항으로 학생 측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의 당혹스러움은 충분히 이해하고, 시작단계부터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해당 사안은 교육적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한다’는 원칙을 준수하며 진행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소통의 부재에서부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학생 또한 적지 않다. 김해찬<예체대 체육학과 16> 씨는 “주변 학우들은 이번 사안에 있어 ‘불통’을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학교 측은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공지하는 와해된 소통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체육학과 소속 학생 A씨 역시 “학생들에게 사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학교와 학생이 함께 조율하고 조력하는 환경이 갖춰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스포츠산업학과는 지난 5일 교수진과 학생회 간 간담회를 거쳐 오는 15일 학과 재학생 전원과의 비대면 미팅을 앞둔 상황이다. 체육학과의 경우 모든 재학생과 논의할 수 있는 창구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학생을 위한 취지임에는 분명한데…
학교 측은 이번 학과 통합의 취지를 ‘스포츠 분야 학문의 융합 필요성에 따른 선제적 대처’로 설명했다. 스포츠산업학과 소속 B 교수는 학과 통합에 대해 “스포츠 산업학 분야에서 요구되는 과학적 이해와 체육학에서 요구되는 산업화·마케팅화 등을 모두 어우를 수 있는 대안”이라 설명했다. 아울러 B 교수는 “학부제 통합으로써 융복합 교육의 실질적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 덧붙였다. 체육학과 소속 C 교수 또한 “체육학과는 스포츠과학중심의 기술과 정보를 연구·개발하고, 스포츠산업학과는 이를 활용해 스포츠 시장을 확장시키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학부제 시행을 통해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요구되는 현장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즉 두 학문의 경계를 허물어 시행될 융합형 교육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나아가 실질적으로 학생이 체감할 수 있는 이점도 클 것으로 학교 측은 기대하고 있다. 신설 학부 소속 1·2학년 학생들은 과목 수강의 선택 폭이 확대된다. 또, 이때 수강하는 과목이 다중·복수전공 이수 학점으로도 인정돼 학부 소속 두 전공 간 다중전공·부전공 이수가 용이해진다. 나아가 학과 통합을 통해 개선되는 교수진의 연구 환경이 학생들의 수업 질 제고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두 학과는 연구 수행을 위한 팀을 꾸림에 있어 교수 부족과 교수 구성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에 학과 통합을 통해 충분한 교수진을 확보함으로써 연구 추진의 어려움을 타파하고, 향후 BK사업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있어 용이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B 교수는 학생들의 진로 차원에서도 △기존 스포츠산업분야 전문가 배출의 한계 극복 △헬스·바이오분야 마케팅·매니지먼트 전문가 배출 △E-Sport 분야 전문가 배출 확대를 위해 전공영역의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2018-2019년 졸업생 27명 중 단 1명만 스포츠산업 분야에 취업한 사례를 들어, 점점 좁아지는 전통 스포츠산업 분야에 학과 정체성을 한계짓는 것이 아닌 새로운 영역에도 재학생들이 관심 갖길 바라며 기획된 일이라 설명했다. 

정체성·전문성 훼손 우려도 이어져
불통의 문제와 별개로 학과 통합안 자체에 대한 학생들의 우려와 반발도 적지 않다. 김 씨는 “스포츠를 학습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만 공통될 뿐 다른 학문적 정체성을 띠고 있는 두 학과가 어떻게 시너지를 끌어낼 것인지, 혹여나 그 정체성이 훼손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스포츠산업학과는 스포츠의 ‘산업 개발 가능성’을, 체육학과는 ‘전문적인 운동기능 및 예술적 기능을 습득해 스포츠 분야 전문 기능인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처럼 두 학과의 정체성은 ‘스포츠’라는 공통 요소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만한 접점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학교 측은 이 다른 정체성이 이미 굳어져 있는 ‘학문적 분절성·폐쇄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이것을 학과 통합을 통해 극복해나가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필요에 따라 서로의 영역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고유한 학과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전공 정체성 유지를 위한 현행 모집 전형(분리 전공 모집) 유지 △학과명이 특화된 전공명으로 개명 △학위명을 스포츠산업학사와 체육학사로 구분 독립해 학생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아울러 2022학년도부터 적용될 학위명 변경안에 대해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 역시 요청시 변경된 학위명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 측과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김 씨는 전문성 측면에서도 우려스러운 입장이다. 그는 “4년 동안 학습하게 될 커리큘럼이 사실상 2년으로 줄어듦으로써 전공에 대한 전문성이 사라지진 않을까”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 체육학과 재학생 D씨는 “기초가 다른 두 학과를 합치는 것이 전문성 측면에서 과연 예상만큼의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이렇듯 학교 측의 입장이 지나치게 ‘융합’에 치중돼있어 ‘전문성’이 현재보다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불확실한 도전에 머물러있지 않기 위해선
학교 측이 설명한 학과 통합의 취지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도전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학생들의 주장도 타당한 듯하다. 학부 신설을 통해 수업 편제와 함께 수업의 질 측면에 있어 현재보다 나은 수준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 확언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부단히 힘써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학생 측과의 소통은 필연적으로 거듭돼야 할 것이며, 학생의 요구와 우려에 대해 적절히 반응할 때 학과 통합의 성취가 존재할 것이다. 

도움: 조은비 기자 merongjuice@hanyang.ac.kr
김유선 수습기자 afa082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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