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22년 만에, 스토킹은 범죄입니다
[장산곶매] 22년 만에, 스토킹은 범죄입니다
  • 정채은 편집국장
  • 승인 2021.04.05
  • 호수 1527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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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채은<편집국장>

지난달 24일,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999년인 제15대 국회에서 최초로 발의된 지 무려 22년 만이다. 그동안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돼 처벌 규정이 매우 미비했다. 피해자가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수준의 스토킹일지라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고작 벌금 10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토킹 처벌법 제정으로 스토킹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가 됐고, 앞으로는 지속·반복적인 스토킹 행위가 적발되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스토킹이 범죄행위라는 인식도, 또 이것에 그렇다 할 강력한 제재도 없으니, 우리 사회에 스토킹 피해는 더욱 만연해졌고,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누군가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갖게 됐고, 또 다른 누군가는 스토킹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지금까지 ‘귀가 중인 여성의 뒤를 쫓아-’라는 소름 돋는 뉴스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가. 지난해 11월엔 상대방이 교제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피해 여성의 거주지를 찾아가 미리 준비해온 폭발물을 터뜨린 일도 있었다. 

더욱이 스토킹의 유형도 악랄해지고 있다. SNS를 통한 사이버 스토킹이 대표적이다. 피해 범위도 유명인에서 일반인으로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시한 사진보고 연락드려요, 너무 제 마음에 드네요’에서 시작된 연락이 ‘왜 연락 안 받아? 진짜 찾아간다’라는 협박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이 역시 명백한 스토킹임에도 ‘온라인 특성상’이란 모호한 말을 앞세워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아니 경고를 하는 데 그칠 뿐이다. 이 정도면 법이 스토킹을 용인했던 꼴이라 해도 무방하다.

스토킹은 그 행위 자체로도 매우 위험하지만, 전문가와 여성 단체는 스토킹이 이후 폭행, 살인 등 더욱 치명적인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점에도 주목한다. 실제로 2019년 한민경<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스토킹 피해 현황과 안전대책의 방향」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가 발생한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성폭력 범죄 피해에 노출될 위험이 13배 가까이 컸다.

그렇다면 이렇게나 위험한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지금까지 마련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스토킹과 애정·구애 사이의 구분이 어렵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는 스토킹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련 있는데, 우리도 모르게 이것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가 버린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좋아하는 이성을 쫓아가거나, 그의 집 앞에서 기다리거나, 답장이 올 때까지 문자를 보낸다든가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의 결과가 사랑으로 끝나면 이 행위도 ‘로맨스’, ‘직진남·여’, ‘적극적’이라는 말로 포장되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해보면 꽤 무서운 일이다. 

올해 9월부터 시행될 스토킹 처벌법에서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물건을 보내거나 일상생활 장소 부근에 놓아두기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기 △주거·직장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기 △통신매체를 이용해 연락하기 등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신생 법이니만큼 계속해서 보완해 나가야 할 점이 많지만, 이를 통해 스토킹으로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처벌할 법이 없어 신고조차 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줄어들고, ‘좋아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몰라서 그랬다’는 스토킹 범죄자들이 피해자가 받은 상처에 상응하는 벌을 받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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