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화되는 인종차별과 증오범죄, 막아야 할 때
[사설] 심화되는 인종차별과 증오범죄, 막아야 할 때
  • 한대신문
  • 승인 2021.04.05
  • 호수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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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미국 애틀랜타 주에서 동양계 미국인들을 향한 증오범죄가 일어났다. 페이스북에 ‘동양인을 전부 살해하겠다’는 혐오 포스팅을 올렸던 한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한인 4명이 사망했다. 과거부터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행해진 증오범죄는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동양인들을 향한 증오범죄는 특히 더 심각해진 상황이다. 미국 증오·극단주의 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내 16개 주요 도시에서 동양인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2019년에 비해 149%나 급증했다.

이번 사건에 분노한 동양인들은 증오범죄 규탄시위를 벌이고 ‘#StopAsianHate’란 해시태그를 SNS상에 게시하며 캠페인을 벌였다. 이처럼 개인의 인종차별이 범죄로 이어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 전체에서 나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이것이 더욱 의미를 갖기 위해선 증오범죄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처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최근 증오범죄는 단순 범죄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증오범죄 적용의 모호한 기준을 바로잡아 사건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범죄 기록 사이트 운영, 법 집행관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 교육 등을 통해 증오범죄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피해자들이 즉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증오범죄 대응체계를 마련해 신고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증오범죄의 근간이 되는 차별을 뿌리 뽑기 위한 조치 역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인종차별 교육을 함으로써 전 세계 학생들의 사회적으로 학습된 인종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현지 10대 청소년들에게 인종차별적 조롱과 함께 집단 폭행을 당한 사건을 보더라도 인종차별에 무감각해진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단 걸 알 수 있다.

더불어 우리 역시 인종차별과 증오범죄의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회사 사장이 한국 사람한테는 욕을 안 하는데, 저희한테만 ‘X새끼 왜 제대로 일 안 하냐’고 말해요”, “동사무소에 가면 사람들이 ‘난민 왔냐’고 큰소리를 지르고 저를 보며 비웃어요” 등은「한국사회의 인종차별 연구 보고서」에 담긴 이주노동자들의 피해 증언이다. 

차별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인종차별이나 증오범죄는 우리 모두와 연관된 일이다. 타인을 바라보는 우리 시선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인종차별이 만연해진 상황에 발맞춰 관련 사건에 대한 제도적·인식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 속에서 차별과 혐오가 낳는 인종 간의 분리는 또 다른 재난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혐오가 확산되는 위기 상황에서 차별 없이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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