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이젠 음성, 클럽하우스
[장산곶매] 이젠 음성, 클럽하우스
  • 정채은 편집국장
  • 승인 2021.03.21
  • 호수 1526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채은<편집국장>

비대면 시대. 신문사 회의까지 화상 회의 플랫폼인 ‘줌’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컴퓨터 화면에 비친 필자의 얼굴이 민망해서인지 카메라를 켜는 게 쉽지 않다. 처음엔 검은 화면에 대고 이것, 저것 혼자 떠들어대자니 겸연쩍기까지 했지만, 이젠 신문사 기자들의 이름만 동동 떠 있는 검은 화면은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됐다. 

화상 회의 플랫폼을 단지 음성 회의 플랫폼으로 두 학기 가까이 이용하며 느낀 점은 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혹여나 기자들이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대면으로 회의를 진행할 때와 비교했을 때, 필자 개인적으론 비대면으로 할 때 더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일상의 변화에서 유튜브 같은 동영상 기반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그 외에 비대면 시대를 겨냥한 다양한 소통 플랫폼이 탄생했다. 그중 지난해 3월 출시된 ‘클럽하우스’는 글, 영상 등은 사용할 수 없는, 오직 음성만으로 대화가 이뤄지는 음성 기반 SNS 플랫폼이다. 아직은 iOS에서만 앱 설치가 가능하지만, 앱을 설치했다고 해도 초대장이 있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어 입장조차 쉽지 않은 플랫폼이다. 

필자는 초대장이 없어 지인의 경험과 인터넷의 글만으로 클럽하우스를 간접 체험한 것이 다지만, 그들의 경험담을 듣고 읽다 보면 이것의 구조는 기존의 SNS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먼저, 클럽하우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게 세 종류의 역할을 가진 사람이 하나의 방을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방을 만들고 관리하는 사회자(Moderator),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언자(Speaker), 청중(Audience)이 그들이다. 청중은 권한이 주어지기 전엔 발언할 수 없다. 비교적 사용자의 역할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았던 기존의 SNS와는 다르게 사용자는 권한이 부여된 역할을 배정받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클럽하우스는 △비즈니스 △정치 △취미 등 다양한 주제의 방이 있고, 가벼운 수다부터 열띤 토론까지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는 틀림없는 SNS이다. 뿐만 아니라 운이 좋으면 세계적인 유명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다소 수직적으로 형성된 소통방식으로 인해 ’특권층을 위한 플랫폼‘로 불리며 비판받기도 한다. 발언할 권한을 받지 못한 청중은 발언자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우 높은 진입장벽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아직 제재되지 못하고 있는 혐오 발언 등의 부정적 대화에서 비롯된  논란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이 분명 SNS 세계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사진, 영상이면 다 되는 시대에 누가 목소리에 집중할 생각을 했겠는가. 클럽하우스의 창업자인 폴 데이비슨은 미국의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클럽하우스에선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에서와는 달리 남들의 호감을 얻기 위해 나와 나의 공간을 꾸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음성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겉치레가 아닌 개인의 내적인 가치에 집중할 이 SNS 플랫폼의 미래가 기대된다. 클럽하우스가 반짝 뜨고 지는 이슈로 끝나질 않길 바라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