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 총학 선거 무산, 추천인 서명 단계서 발목 잡혀
서울캠 총학 선거 무산, 추천인 서명 단계서 발목 잡혀
  • 임윤지 기자
  • 승인 2021.03.21
  • 호수 1526
  •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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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진행될 예정이었던 서울캠퍼스 제49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보궐선거가 무산됐다. 서울캠 총학 선거 무산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지만, 이번 무산 사유는 낯설었다. 예전엔 출마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됐다면, 올해엔 출마자가 나왔음에도 500인 이상 추천인 서명을 받지 못해 후보 등록조차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추천인 서명 절차에 적용된 규정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의 온라인 선거에서도 예상치 못한 사유로 총학 선거에 차질이 생길 거란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는 지난 11일 후보자 등록 기간 내 입후보한 후보자가 없어 이번 보궐선거가 무산됐단 사실을 알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난해 선거에선 입후보를 시도한 학생이 아예 없었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 보궐선거엔 출마하고자 한 학생들이 있었다. 김지영<산업융합학부 응용시스템전공 18> 씨와 조성민<정책대 정책학과 19> 씨는 출마를 선언했지만 입후보 조건인 500인 이상의 추천인 서명을 받지 못해 등록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재학생 500인 이상의 추천은 후보자 등록, 즉 입후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지난 2012년 개정된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을 신청하려는 학생은 아홉 가지 서류를 주어진 기간 내 중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추천서를 제외한 나머지는 △등록신청서 △이력서 △재학증명서 등 어렵지 않게 제출할 수 있는 서류가 대부분이다. 과정이 번거롭긴 해도 기존엔 대면으로 서명 운동을 할 수 있었으므로, 추천인 정족수 미달이 선거 무산의 원인이 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추천인 서명 운동을 해야 했던 이번 보궐선거에선 유일한 출마자가 500인 이상 추천 서명에 막혀 입후보조차 못 하게 된 것이다. 

김 씨는 추천인 서명이 이뤄지는 공간이 온라인으로 바뀌었는데, 대면 서명 운동에 적용돼 온 관례를 비대면 상황에서도 따라야 한다는 중선관위의 안내가 융통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서명 운동이 대면으로 시행됐던 당시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비대면 서명 운동에 적용돼 형평성에 어긋났단 것이다. 김 씨는 기존에 직접 일대일로 추천인 서명을 요청하도록 해온 관례로 인해 온라인 추천인 서명운동에서도 오로지 일대일로 서명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이 방식으론 주변 지인들에게만 직접 추천인 서명 게시글을 전송할 수밖에 없다”며 “대면으로 서명을 받을 땐 일대일 규정을 적용해도 강의실이나 길에서 모르는 학생에게 찾아가 서명을 부탁해 500인은 충분히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 직접 추천인 서명을 안내하는 것도 일대일 관례와 어긋난단 이유로 금지됐다. 실제로 김강무<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0> 씨는 “보궐선거가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선본이나 추천인명부 등 선거 전반에 학생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큼 알려지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대면에 적용해 왔던 방식을 비대면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은 과거보다 후보 등록 문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온라인 서명 인증 절차도 정족수 미달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난 2019년 말 한양 메일이 새롭게 개편된 뒤 아직 학생들에게 보편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은 한양 메일 계정으로만 서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면으로 서명을 받을 땐 학생이 직접 수기로 △서명 △이름 △학번 정도만 적기만 하면 됐다”며 “이 간단한 서명을 받는 데 온라인상에선 학생들이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학생들은 이런 방식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김진형<정책대 정책학과 18> 씨는 “추천인 서명 안내 글에 서명을 위한 한양 메일 인증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은 공지되지 않아 어려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도 “온라인 추천인 서명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이런 과정들이 번거롭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보궐선거의 중선관위 위원장을 맡았던 박정언<자연대 생명과학과 15> 씨는 선거가 온라인으로 이뤄진다고 해서 기본 선거 규정들을 바꾸는 건 어렵다고 말한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지켜온 선거 규정들을 단시간 내 바꾼다면 선거의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게 될 거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추천인 서명운동도 기존 대면 서명운동 방식과 최대한 동일한 규칙을 적용받도록 진행한 것”이라 말했다. 

온라인 서명 인증 절차가 학생들에게 비교적 까다로울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박 위원장은 “어느 정도 학생들이 불편해할 것은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외부에서 갖고 와 추천인명부 작성에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며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한 최선의 방안”이라 말했다. 

이번 총학 보궐선거가 처음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갖가지 잡음이 들려왔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B씨는 이번 선거 무산을 두고 “지난해 3월 온라인투표시행규칙을 신설한 뒤에도 세부적인 고민이 지속해서 이뤄졌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박 위원장 역시 “첫 온라인선거였던 만큼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려웠던 부분들도 많았다”며 “추후 전체 학생 대표들과 의결을 통해 전반적으로 부족했던 온라인선거 규정을 보완할 것"이라 밝혔다. 선거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원칙과 융통 사이 무엇도 잃지 않는 규정들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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