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야, 스위트홈 봤어? 괴물 얘기?”
[칼럼] “야, 스위트홈 봤어? 괴물 얘기?”
  • 박장원<국가균형발전위원회> 언론담당관
  • 승인 2021.03.21
  • 호수 1526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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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원<국가균형발전위원회> 언론담당관

“송강 진짜 쩔지 않냐?”

“나 그거 보고 반해서 「미추리」 다시 봤잖아”

지난 학기말쯤 개봉해 전 세계 13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스위트홈」 얘기다.

사실 러닝타임 내내 유혈이 낭자하고, 신체 훼손 장면이 시신경을 자극하는 공포물이기에 ‘하나도 안 무섭다’고 하는 건 거짓이다. 자극적인 장면들로 점철된 호러 특유의 경향성은 일반적으로 지배적 문화와 피폐화된 정신문명, 헤게모니에 대한 저항 혹은 특정 이슈에 대한 폭력적이고 거친 미장센들로 치부되기 쉽다. 그런데 유독 「스위트홈」에 대한 반응만큼은 여느 공포 영화들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스위트홈」 속 폭포수 같이 쏟아지는 코피와 뎅강뎅강 잘려 나가는 팔다리가 그다지 크게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떤 이유일까? 혹자는 ‘워낙 그런 장면이 자주 나오니까’, ‘만화 원작이니까’라고 일축하기도 한다. 이유야 어떻든 혈흔보다는 캐릭터에 집중이 되고, 끊임없이 생존자들의 목숨을 노리는 괴물들에게 연민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 「스위트홈」이 가진 묘한 매력이다. 특히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병증이 나타나고 괴물이 돼간다는 설정 때문인지, 괴물들의 캐릭터엔 욕망 앞에서 고뇌하는 현대인, 그리고 그들이 겪는 좌절과 분노가 그대로 투영된 듯하다.

까마득히 멀어져만 가는 상부구조를 올려다보며, 바닥에 내동댕이쳐 진 사다리를 끌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우리의 일상은 시각을 상실한 방랑자 ‘연근 괴물’에 담겨있고, 신자유주의적 성공 신화의 범람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질적 성취와 목표 달성에 집착하는 우리 모습은 운동중독자 ‘프로틴 괴물’과 닮았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듯 사실 「스위트홈」은 괴물을 소재로 하지만, 사회구조적 모순 속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욕망과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인간성이란 윤리일 수도 있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최소한의 가치 규범일 수 있다. 인간성의 정의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의 어감으로 체득한 이 인간성이란 놈은 종종 △욕구 △욕망 △욕심과 충돌한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강하게 되기 위한 노력과 의지가 ‘인간성의 선’을 만날 때 우리는 다소 갈등하기 마련이다.

논의를 학문의 영역으로 가져와 보자. 우리는 학문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혹은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선대 학자와 지식인들을 꽤나 많이 기억한다. 학문의 목적과 가치는 다분히 인간성의 선 안에서 인류의 공영과 발전, 인류애의 실현에 기여 해야 한다. ‘인간성’이 살아 있는 학문에 대한 가치는 우리 한양의 건학이념 ‘사랑의 실천’에도 잘 녹아들어 있다.

더불어 위안부 이슈를 둘러싼 잡음 또한 끝날 듯 끝나지 않아 보인다. 아직 그 피해자인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시지만, 그들을 인격적, 정서적으로 배려하기보단 그저 연구의 대상이나 현대사의 오브제로만 삼는 학자들이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학문의 자유를 방패 삼아 꾸준히 그들 나름의 학문적 결과와 견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필자의 연구로 인해 상처받는 인격이 있다면, 눈물 흘릴 인격체가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연구자의 태도는 신중하고 인간성의 본령을 몇 번이고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선을 넘은 자들이 주목받고 심지어 ‘지식인’, ‘오피니언리더’로 살아간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진리와 가치의 혼돈, 격차와 분열의 심화 속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것이 인간성이다. 이마저 포기하고 오직 성취에만 몰두한다면 우리나 괴물이나 다름이 없다.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인간성을 포기한 괴물들과 괴물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끝끝내 인간성 상실이라는 선을 넘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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