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 휴학 학생에 등록금 반환 불가 규정, 학생 형편 다 못 살핀다
학기 중 휴학 학생에 등록금 반환 불가 규정, 학생 형편 다 못 살핀다
  • 조은비 기자
  • 승인 2021.03.21
  • 호수 1526
  • 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기<자연대 생명과학과 15> 씨는 지난 2일, 휴학계를 내고 등록금 반환 신청을 하며 불편을 겪었다. 납부한 등록금을 돌려줄 수 없단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학교는 기납부한 등록금은 복학하는 시기로 이월하는 것만 가능하단 입장이었다. 하지만 등록금을 학자금 대출로 마련했던 이 씨는 원금을 갚고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면 이자까지 꼬박꼬박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한 끝에 등록금을 돌려받은 이 씨는 “학교 규정상 등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안내에 납득이 가지 않았다”라며 “등록금 대출을 받은 학생들이라면 학기 중 휴학을 할 때 누구나 겪을 불편”이라고 주장했다.

이 씨의 반환 사례는 등록금을 납부한 뒤 휴학을 한 학생들 중에서 아주 예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황<경영부총장 재무팀> 선임부장은 “해당 학생의 경우 대출이라는 특수한 사연이 있어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친 뒤 이례적으로 반환해준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등록금 납부 후, 휴학을 이유로 다시 반환을 요청할 땐 승인해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규정상 이미 등록금을 낸 학생이라면 반환 대신 복학할 때 낼 등록금으로 이월하도록 돼 있다. 이는 양캠퍼스 모두에 적용된다.

문제는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낸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학기 도중 휴학을 결정하는데 제약이 더 크다는 점이다. 휴학을 하려면 이 씨와 같은 불편을 겪어야만하기 때문이다. 이런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학생의 수 또한 적지만은 않다. 서울캠의 경우 지난해엔 3천84명, 지난 2019년엔 3천522명의 재학생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본지 1524호 2면). 매년 전체 재학생 1만6천명 중 약 20% 이상이 대출로 등록금을 납부하고 있는 것인데, 이들 가운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학기 중 휴학 후 등록금 반환을 요구할 상황에 놓일 학생 역시 소수이나마 존재할 것이다. 

학생들의 여러 형편을 고려해 상당수의 타 대학들은 우리 학교와는 달리, 학기 중 휴학을 결정하게 된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반환해주고 있다.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는 학기 개시 후 14일 이내에 휴학을 하면 등록금 전액을 반환하고, 이후엔 휴학 신청일에 따라 반환 금액을 다르게 정해 돌려준다. 이 중 중앙대는 지난 2017년까지 우리 학교처럼 학기 중 휴학생 등록금을 이월하는 방식을 고수해오다가 3년 전 학칙을 전면 개정한 바 있다. 고려대도 지난 2014년의 학칙 개정으로 학기 개시 이후 휴학 신청일이 언제인지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반환하고 있다.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반환과 이월제도를 동시에 채택해 학생의 휴학 사유 별로 다르게 등록금을 처리한다.

이렇게 학교별로 방침이 상이한 까닭은 교육부령에서 학교에 재량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 규정한 등록금규칙 제6조엔 ‘등록금 납부 뒤 휴학’을 반환 사유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지만, 그 조항엔 ‘학교의 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부한 등록금을 이월할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렸다. 성미정<교육부 대학재정장학과> 사무관은 이에 대해 “학기가 시작되고 7주 이내로 휴학을 한 학생에겐 등록금을 반환하란 것을 원칙으로 정해뒀지만, 대학이 자체 규정을 만들어 이월할 수도 있게 했다는 뜻”이라 설명했다. 성 사무관은 “결론적으로 등록금을 낸 휴학생에게 반환해줄지 이월할지 결정하는 것은 학교 재량이란 의미다”라고 밝혔다.

우리 학교는 앞으로도 현 방식을 고수해 학기 도중 휴학한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반환해주지는 않겠단 입장이다. 김 선임부장은 “등록금 이월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오히려 선호하는 학생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조금 더 신경 써 신중히 등록과 휴학을 결정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반환을 허용해주면 예산의 변동성이 커져 재정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행정력이 낭비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씨의 생각은 다르다. "학기 도중 휴학한 학생들 중에선 등록금 반환이 꼭 필요한 학생도 있을 수 있는데, 이월 처리만을 원칙으로 두고 있는 학교 규정 및 행정 방침이 최선인지는 의문이 든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정을 운용하는 학교 입장에선 행정적 편의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 학교의 규정이 재학생 개개의 형편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휴학생의 기납부 등록금을 처리하는 학교 규정을 재검토해 볼 필요성은 충분해 보인다.

도움: 성미정<교육부 대학재정장학과> 사무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