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상 짓는 교내 복지매장
울상 짓는 교내 복지매장
  • 임윤지 기자
  • 승인 2021.03.07
  • 호수 1525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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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을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선 우리 학교 매장 상인들을 만나봤다.
그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전년 대비 월 매출의 80~90%씩 손해를 보고 있다” 서울캠퍼스 복사실 관계자의 토로다. ERICA캠퍼스 학생복지관 관계자 역시 “지난주 임대료를 내기 위해 또다시 대출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우리 학교는 지난해 3월부터 교내 입점 매장의 임대료를 일정 비율 감면해오고 있지만, 이들의 근심을 덜기엔 ‘임대료 인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캠퍼스에 갇힌 상인들
대학 내 입점 매장 상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교외 일반 매장들보다도 훨씬 크다고 주장한다. 일반 매장과는 달리 교내 복지매장은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특수 상권이기 때문이다. ERICA캠 복사실 관계자는 “등교하는 학생이 없으니 단과대 건물 지하까지 와 인쇄를 하는 손님도 당연히 없다”며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비대면 수업으로 현재까지도 적자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학교는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매장 임대료를 감면해주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상인들은 학교의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캠 상인들은 대부분 몇 달 치 임대료를 학교에 선납하게 돼 있다. 학교에서 임대료의 일정 비율을 감액해주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그 감액은 다음 납부 기간에 적용됐다. 서울캠 카페 관계자는 “얼마 전 6개월 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냈다”며 “당장 오늘내일 생계부터 급해진 상황에서 다음번에 임대료를 납부할 때 감면해주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캠 편의점 관계자 역시 "임대료 외에 쓰레기 수거비 등 각종 부대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이는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전했다.

ERICA캠도 서울캠과 상황이 비슷하다. ERICA캠 교내 상인들도 1년에 1회 내지 2회에 걸쳐 임대료를 낸다. 다만, 서울캠과 달리 감면하기로 한 총금액을 2개월 간격으로 나눠 돌려줬다. 이에 ERICA캠 카페 관계자는 “매출이 급감하면서 임대료를 마련하지 못해 대출을 받았다”며 “그렇지만 2개월마다 한 번씩 학교에서 돌려 받는 돈은 몇십 만 원 정도" 라 말했다. 

이들이 임차인으로서 학교에 무언가를 요구하기에 대학 행정 절차의 벽은 너무 높다. 서울캠 한양플라자 식당 관계자는 “한양플라자의 경우 중간에서 매장을 관리하는 업체가 따로 있다”며 “학교에 직접 무얼 호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RICA캠 복사실 관계자 역시 “어느 사안을 학교 측에 요구하면 담당 부서 직원부터 행정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가 복잡하다”고 하소연했다. 

학교 전반의 불편함으로 이어져
결국,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양캠 매장 일부는 속수무책으로 문을 닫기 시작했다. 서울캠 △노천카페에 있던 '이마트24' △학생회관 3층에 있던 학생 식당 ‘사랑방’ △한양플라자 3층에 있던 ‘동화 항공 여행사’ △카페 ‘브라우 나비’ 모두 운영을 중단했다. ERICA캠 역시 △셔틀콕에 있던 편의점 ‘CU’ △학술정보관 2층에 있던 편의점 ‘GS25’ △학생복지관 2층에 있던 사진관 등 약 7곳이 휴업·폐업에 들어갔다. 

이렇게 교내 복지매장들이 하나둘 휴업하고 폐업에 이르자 학생들은 적잖은 불편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우리 학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벌었지만, 매장 사정이 어려워져 일을 그만두게 됐다”며 “교내 매장들의 어려움이 학생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어려움을 미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영주<정책대 정책학과 18> 씨도 “지난번 시험 기간에 캠퍼스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적어져 불편했다”고 말했다.

학교, “임대료 감면 확대해 갈 것”
학교에선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교내 매장 상인들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캠 장학복지회 관계자 B씨는 “학교 재정이 힘들긴 하지만 올해도 임대료 감면을 이어갈 계획”이라 말했다. ERICA캠 윤영학<장학복지회> 사업팀장 역시 “매장들의 사정이 워낙 어려워 조만간 임대료 감면에 대해 추가 논의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어 “다른 문제들도 조만간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내 상인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양캠 상인들은 단순히 임대료를 인하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들이 처한 상황을 세심하게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캠 카페 관계자는 “방학 때나 학기 중이나 손님이 없어 영업을 하지 않아 수거할 쓰레기도 없다"며 "그러나 학교에 수거비만 매달 내야 하는 실정"이라 밝혔다. 또한, 임대료 납부 방식도 한시적으로 변경해주길 바란다는 의견도 있다. ERICA캠 카페 관계자는 “학교에서 임대료 분납 횟수를 늘려주면 상인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 전했다. 

교내 매장은 대학이 갖춰야 할 주요 인프라로, 없어선 안될 복지시설이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생계를 유지해가는 상인들을 대학의 한 구성원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임대료 인하’란 말 뒤에 가려져 있던 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학교에 들리지 않고 있다. 


*특수 상권: △대학교 △병원 △지하철 등 특수한 목적을 가진 유동인구가 유입되는 한정된 복합시설 내에서 상업상 운영되는 범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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