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 이재희 기자
  • 승인 2021.03.07
  • 호수 1525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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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문화테마 ‘폭력’
우리 사회엔 크고 작은 폭력이 만연하다. 폭력 속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 방관하는 사람들,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사람도 있다. 금주의 문화테마인 ‘폭력’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폭력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자. 

“아이야, 네 편이 돼줄게”, 영화 「고백」
 

2세 입양아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했던 ‘정인이 사건’ 이후 개봉된 영화 「고백」은 아동학대 사건을 중심으로 폭력에 무감각한 사회적 시선에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던진다.

보라는 아버지에게 자주 매를 맞고, 학교에도 잘 다니지 못한다. 이를 지켜봐왔던 사회복지사 오순이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보라를 가끔 돌봐주는 것뿐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했던 오순은 보라를 보며 자신의 유년 시절을 회상한다. 그녀는 달라지지 않는 아동폭력의 현실에 분노했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허술한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의 조사로 결국 보라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영화는 학대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구조를 지적한다. 또한 부모의 오랜 학대로 큰 상처에 무뎌진 아이, 폭력 앞에 당당한 부모, 그 부모와 맞서는 사회복지사, 이를 흘겨보는 주변의 시선들로 폭력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실상을 드러낸다.

극 중에서 한 사회복지사는 보라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오선에게 “좋게 말하면 오지랖, 사실은 민폐”라고 말한다. 폭력이 일어났어도 남의 일에 지나친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따뜻한 눈길과 관심으로 보라는 학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도 보라를 닮은 많은 아이들은 외면당한 채 가정폭력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가정폭력의 아픈 현실을 담은 영화 「고백」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는건 어떨까.

폭력으로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다면, 책 「두 번째 엔딩」

폭력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고, 그 기억을 떠안은 채 남겨진 자의 몫을 감당하는 것은 괴롭고 힘든 일이다. 짧은 단편이 여러 개 담긴 이 책은 모두 다른 이야기의 외전이지만 결국 하나의 주제로 이어진다. 그것은 바로 사회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형태의 폭력과 그 속에서 느끼는 삶의 애환이다. 원작인 「우아한 거짓말」에서 학교폭력으로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천지는 떠나기 전 주변에 많은 신호를 보낸다. 이의 외전인 책 「두 번째 엔딩」의 한 챕터 ‘언니의 무게’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지나쳤던,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다.

만지는 자신의 동생 천지의 괴롭힘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지만 이를 서서히 이겨내기 시작한다. 만지는 쓰지 않는 물건과 옷장을 정리하면서 천지에 대한 죄책감과 생각을 같이 정리한다. 많은 것을 털어내며 비로소 천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천지를 괴롭혔던 화연은 이제 폭력의 피해자가 돼서 살아간다. 화연과 함께 폭력에 동조했던 아이들은 새로운 괴롭힘 대상으로 화연을 지목한다.

폭력 후에 남는 상처는 깊고, 아무는데 까지 시간은 오래 걸린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는 존귀하고 소중하기에 우린 더이상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는 폭력을 저질러선 안 된다. 우리의 지난 학창시절 폭력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떠올려보고 폭력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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