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을 마시려면
커피 한 잔을 마시려면
  • 이재희 기자
  • 승인 2021.03.01
  • 호수 1524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루에 두세 잔 정도? 시험 기간엔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것 같아요” 전은별<언정대 광고홍보학과 19> 씨의 말이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대학생의 1주일 평균 카페 방문 횟수는 3~4회 정도에 이르렀다. 또한 교내에선 커피를 포장해 들고 다니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커피 공화국’
지난 2019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 여건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2018년 기준 연간 353잔에 이른다. 같은 해 세계 평균 커피 소비량이 132잔인 것에 비하면 무려 3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에 수다 떠는 대학생들, 잠을 깨기 위해 믹스커피를 마시는 직장인들의 모습 등 커피는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세계 평균 3배에 달하는 ‘커피 공화국’임을 입증하듯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에도 커피 수입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커피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커피를 위협하는 원인은 커피?
커피 소비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현존하는 커피 재배농장들은 지구온난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미국 국립과학원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오는 2050년엔 현재 커피 원두를 재배하는 땅의 절반이 사라지며, 커피 생산량이 88% 정도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경이 커피 생산에 미치는 악영향도 있지만 커피 또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생존을 위협받는 커피가 이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은 모순적이지만, 실제 커피는 생산 과정에서 수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원두 아라비카종 1㎏을 재배해 영국에 수출할 경우, 평균 15.33㎏의 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제품의 탄소 배출량 규격에서 ‘고고밀도’ 탄소배출 산업으로 분류되는 수준이다. 

커피 한 잔 뒤에 남는 것들
커피는 왜 이렇게나 많은 탄소를 배출할까? 우선, 운송 과정에서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선박으로 운송되던 커피는 신선한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항공기를 이용해 운반되기도 한다. 항공운송은 선박운송보다 단위 거리당 100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커피를 마신 뒤에 생기는 문제들도 존재한다. 대부분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은 재활용되기 어렵다. 아무리 분리해서 배출해도 99% 이상이 쓰레기로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재활용 시설에선 육안으로 플라스틱 종류를 구분하는데, 플라스틱 컵엔 재활용 표시도 없을 뿐더러 성분도 일률적이지 않아 재활용률이 현저히 낮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페마다 플라스틱 컵의 재질이 모두 다르다. 때문에 수거 후 재질별로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해 폐기물로 버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커피를 내린 뒤 남는 커피 찌꺼기도 문제다. 매년 세계적으로 1000만 톤이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들은 대부분 땅에 매립되는데, 결과적으론 이로 인해 △메탄가스 △이산화탄소 △토양 오염이 발생된다.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이어져
한편에선 커피가 남기는 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존재한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품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난해 5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담은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오는 2022년부턴 소비자가 커피를 일회용 컵에 담아 살 때 보증금을 지불하고, 이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일회용 컵 보증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소비자가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테이크아웃을 한 뒤 구매했던 매장이 아닌 다른 매장에서도 반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하면서까지 일회용 컵 문제를 줄이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자원 재활용’과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엮은 협업과제에 착수했다. 일반 커피숍에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화분이나 연필 등을 생산하고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커피 찌꺼기를 이용해 지속할 수 있는 재활용 구조의 확립과 함께 장애인‧노인 단체와 협업해 일자리 창출도 할 수 있게 됐다.

지속가능한 커피 소비가 가능해지려면
신혜경<한국커피협회> 이사는 “친환경적인 커피 부자재를 사용할 수 있는 배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정책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조건을 먼저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 보증제’ 정책이 실시돼 컵을 회수하더라도 실제로 재활용되는 컵은 1%에 불과한 상황이다. 카페에서 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컵은 대부분 폴리에틸렌으로 코팅되는데 이렇게 코팅된 컵은 분해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커피 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커피 전문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최상기<위트러스트커피> 대표는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소비하는 비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우리나라가 집이나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커피를 소비하는 문화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공간에서 커피를 소비한다면 플라스틱 컵이나 빨대와 같은 ‘커피 부자재’가 줄어들 수 있다. 신광철<아비시니카커피> 대표 역시 “개인 머그잔이나 텀블러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증가하는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 곳곳에선 크고 작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건강한 커피문화를 형성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오늘도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의 대가가 얼마만큼인지를 알아야한다. 커피 문화의 변화를 위해 개개인의 노력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도움 : 신광철<아비시니카커피> 대표
신혜경<한국커피협회> 이사
최상기<위트러스트커피>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