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 살리는 자살예방상담, 위태로운 상담 인력 돌아볼 때
[사설] 생명 살리는 자살예방상담, 위태로운 상담 인력 돌아볼 때
  • 한대신문
  • 승인 2021.03.01
  • 호수 1524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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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A씨는 모르는 번호로부터 “이상하게 이런 감정이 없었는데 계속 마음에 맴돌아서 문자 드려요. 편한 친구 하실래요?”란 문자를 받았다. 알고 보니 공황장애를 앓았던 A씨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산하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이하 상담센터)을 이용했다가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문자를 보낸 사람은 복지부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던 위탁업체 자원봉사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사자 동의 없이 사적으로 연락한 이 사건에 대해 서일환<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과장은 “해당 상담원을 제명했고, 앞으로 상담원 교육에 신경 쓰겠다”고 말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상담센터의 정원은 최대 29명까지 규정하고 있지만 지난해 8월 기준 19명의 상담원만이 근무 중이었다. 아울러 지난 2019년에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상담 건수가 급증해 상담원 한 명이 맡게 된 건수는 약 1.5배 오른 상황이다. 쏟아지는 전화에 비해 근무하는 상담원은 턱없이 모자라 응대율은 낮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해 상반기 전화가 가장 많았던 오후 11시에서 밤 12시 사이 상담원 응대율은 고작 27%. 상담센터에 전화 건 10명 중 3명만이 연결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따뜻한 말과 마음으로 다독여주길 바랐던 7명의 발신자는 상담센터에마저 외면받았던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담 건수가 증가하자 복지부는 관련 경력자나 심리학을 전공한 자원봉사자를 실무에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 보충에만 급급하다 보니 상담 자질을 갖추지 못한 상담원을 급히 투입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번에 발생한 자원봉사자 사건 역시 상담원 인력이 부족해 비전문가를 채용한 데서 비롯됐다. 또 지난해 9월엔 복지부가 산하 기관 직원 12명을 상담센터로 단기 파견했는데, 그중 9명은 상담과 관련 없는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상담원의 현장 투입을 위해선 10주에 걸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한 채 그들은 단 3일의 교육만으로 투입됐었다.

‘일단 사람을 채용하는’ 방식이 폭증하는 상담 전화를 응대하기엔 효과적이므로 임시방편이 될 순 있다. 하지만 자격을 갖추지 못한 상담원이 비일비재하다면 향후에 또 다른 피해자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려면 상담원으로서 자질과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살예방 상담원은 삶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에게 힘이 돼주는 존재다. 오늘도 역시 누군가는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용기를 얻고, 기운을 내는 등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에 전화를 통한 자살예방 상담으로 도움을 받았던 한 사람은 그로부터 5년 뒤 상담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해마다 전화 상담 건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여전히 많은 이들이 상담원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의미다. 상담원 확보와 더불어 상담의 질 개선도 중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전문성을 갖춘 자살예방 상담원을 서둘러 확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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