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야 할 시기에 ‘빚’내는 서울캠 학생들
‘빛’나야 할 시기에 ‘빚’내는 서울캠 학생들
  • 임윤지 기자
  • 승인 2021.03.01
  • 호수 1524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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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공인회계사 시험을 앞두고 경영관에서 밤늦게 머물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지난 24일 공인회계사 시험을 앞두고 경영관에서 밤늦게 머물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운동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체육 교사 임용 준비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마저도 자리를 잃어 고시 비용 마련은커녕 당장 교통비도 내기 힘들다”. 최성관<예체대 체육학과 16> 씨의 하소연이다.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올해도 학생들은 캠퍼스에 찾아온 푸르른 봄날을 누리긴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침체 되면서 대학생들의 삶도 덩달아 팍팍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사각지대에 놓인 휴학생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우리 학교 서울캠 학생들은 대학생에게도 대출을 해주는 한국장학재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 대출을 신청한 서울캠 학생은 3천 84명으로, 지난 2019년에 비해 오히려 12%가 감소했다.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부 관계자는 “우리도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의 대출 신청이 늘 거라 예상했지만 서울캠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들도 대출 신청 수가 감소한 상황”이라 밝혔다. 이어 “휴학생들은 대출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아무래도 지난해 휴학한 학생들의 수가 늘어 대출 건수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휴학한 서울캠 학생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문제는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휴학을 택한 학생들이 휴학 전보다 금전적인 지원을 받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부모님 소득이 줄어 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해 한국장학재단에 생활비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휴학생이라 신청할 수 없었다”며 “자취방 월세가 버거워 고시반 기숙사로 옮겼고, 필요할 때마다 급하게 일일 아르바이트도 하며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B씨도 “휴학생 신분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제한돼 있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볼 예정”이라 말했다. 

교내 소액 대출은 증가
일부 서울캠 학생들은 한국장학재단보다 좀 더 대출의 문턱이 낮은 교내 *자조금융협동조합단체인 키다리은행을 찾기도 했다. 서울캠 학생이라면 재학·휴학 상태에 상관없이 누구나 간단한 절차로 1인당 최대 30만 원을 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혁<키다리은행> 이사장은 “지난 2019년 2학기 대비 지난해 1학기 대출 건수가 14% 이상 증가했다”며 “이번 겨울방학에도 대출 신청이 이전 방학에 비해 많았다”고 전했다. 키다리은행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캠 학생들의 주요 대출 사유는 △코로나19로 인한 급한 생활비 마련 △식비 충당 △주거비(월세·공과금) 순이었다. 또한, 이들의 연령대는 20대 중반의 3, 4학년 학생이 7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준비는커녕 당장 코앞에 있는 자신의 앞날부터 걱정해야 하는 셈이다. 

더군다나, 대출로 겨우 하루하루 버티는 이들에게 돈을 갚아 나가기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 이사장은 “대출을 해 간 학생들 중 코로나19로 인해 아르바이트 급여가 줄어 기존 상환 기간보다 좀 더 연장해도 되는지 문의한 학생이 상당수”라 전했다.

아르바이트의 굴레
이로 인해 일부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제난에 처한 현실을 해결해 나가려 했다. 최 씨는 “오는 11월에 임용 시험을 치르기 위해 다음 학기에 교원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험 준비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고 동시에 공부까지 이어나갈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C씨도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대리운전을 비롯해 과외 및 학원 아르바이트 등 안 해본 게 없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D씨 역시 “지난해 한국장학재단에서 생활비 대출 300만 원을 받고, 또 진통제를 복용해 가며 쉬지 않고 일했다”며 “그렇지만 매달 월세와 교통비가 고정적으로 다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보니 올해도 아르바이트를 늘려 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굴레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학교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학교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C씨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대출을 받을까 생각하다가도 졸업 후 경제활동에 지장이 갈까 두려워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 차원에서 좀 더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와닿는 다양한 금전적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홍보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캠퍼스란 울타리 내에서 학생들이 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키다리은행의 이 이사장은 “올해 학생들의 대출이 늘어날 것을 예상해 추가로 2천만 원의 *출자를 받았다”며 “이것으로 월세를 지원할 신규펀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어려운 학생들을 더 많이 도울 수 있도록 우리 키다리은행을 포함한 교내 단체에 학교가 지속적으로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캠에 봄은 언제쯤?
학생들의 이런 사정에 대해 문유진<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대학생들의 구직난, 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결국 ‘잃어버린 세대’가 될 것”이라 전했다. 이어 “20대가 현재 처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교 측에서 이들에게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방안을 강구 해가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학생들은 두 번째 봄을 맞이했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서울캠 학생들은 여전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유례없는 상황 속에서 ‘모두가 힘들다’는 이유로 내버려 두기엔 20대 청년들이 짊어져야 할 짐은 무거워지고 있다.


*자조금융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투자한 출자금을 토대로 운영 중인 사회적 금융지원 단체
*출자: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자본

도움: 문유진<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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