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로 바뀐 익숙함에 속아 ‘일상의 소중함’을 잃지 말자
[칼럼] 코로나로 바뀐 익숙함에 속아 ‘일상의 소중함’을 잃지 말자
  • 김은영<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 승인 2020.12.30
  • 호수 1523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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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학생인 우리에게 12월은 몰려있는 과제물, 발표, 페이퍼, 시험 등에 찌들어 한 학기를 잘 마무리하고자 학구열을 불태우는 시기이기에, 마지막 기말과제의 <제출하기>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크리스마스, 송년회, 종강모임 등 명목 하에 왁자지껄한 연말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버텨낸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비웃는 것처럼 코로나 확진자 수는 연일 천명을 넘어섰고 ‘5인 이상 사적 모임금지’가 강력히 권고된 상황에서 ‘집콕 홈파티’가 연말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이례 없는 연말 풍경이 펼쳐졌다. 외부 대신 집에서 송년을 맞이하면서 홈파티, 홈데코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장식용품과 먹거리 수요도 늘고 있다. 나 역시 ‘집콕 성탄족’ 중 한 명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전구로 반짝이는 배경을 완성하고 한 시간 넘게 기다린 배달음식을 세팅하고 Wechat 화상통화로 부모님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면서 특별한 연말임에 위로와 만족감을 얻는다.

하지만 만족도 잠시, 박스와 음식물이 묻어있는 1회용 플라스틱 잔해에 한숨이 난다. 치워야 하는 물건들이 생겨난 것이다. 배달음식은 크고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기본적으로 2개 이상 배출된다. 1인 가구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플라스틱 쓰레기를 2L 투명비닐로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되었다. 배달대행 바로고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당일(25일) 배달 건수는 66만 건으로 전년  대비 153.8% 증가했다. 집에서 배출된 쓰레기를 살펴보니 나의 생활이 보였다. 매일 카페에서 커피를 포장하고 끼니는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며 2L 생수가 무겁고 배송료가 아까워 4만원 이상 물건을 구매했고, 매일 쓰는 마스크도 비말, KF94 종류 별로 쟁여놓았다. 

이동학 작가님의 저서 <쓰레기책>에서는 자본주의는 끊임없는 소비를 바탕으로 지속가능성이 유지되는 구조에 놓여있고, 도시의 효율성으로 설명되는 24시간 배달체계는 24시간 쓰레기 생산체계라고 적혀있다. 즉,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비가 쓰레기를 만드는 과정이란 것이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행동으로 그저 내 눈앞에서 사라졌을 뿐이지, 쓰레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하루 평균 848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배출됐다고 발표했다. 우리의 무심함으로 인해 어쩌면 코로나19보다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2020년 유독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재해가 발생하는 현재 기후위기에 처해져있다. 지난 6월 시베리아의 ‘38도’ 고온현상, 미국 서부지역의 대형 산불, 지속적인 폭염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동물들의 떼죽음 현상 등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면서 전례 없는 혼란을 일으켰다. 이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신호다. 제로웨이스트 다소 거창해보이지만, 우리가 팬데믹 상황으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되듯이,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을 몸에 익히고, 생수병 라벨지 제거, 배달용기 세척, 마스크 끈을 자르는 등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우리 모두 충분히 환경운동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찾아왔다. 바로 정부에서 12월 29일자로 재개되는 외식업계를 돕기 위한 외식 할인지원 캠페인이다. 음식을 4번 시켜 먹으면 1만원 환급이라는 문구에 찾아보니 혹할만하다. 구매를 부추기는 시대. 이럴 때일수록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일회용 플라스틱보다 다회용 용기를, 비닐포장보다는 종이포장을, 일회용 컵보다는 텀블러를 사용하도록 적극 실천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체감하였을 것이다. 허나 아직까지도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배달의 민족’인 우리가 오늘날 누리던 자연스러운 일상도 그리워지는 미래가 빨리 도래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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