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 나병준 수습기자, 김유진 수습기자
  • 승인 2020.12.30
  • 호수 1523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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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문화테마 ‘정의’
지난해엔 정의와 공정이 화제였다. 돌아보면 개인이 생각하는 정의는 모두 달랐을지라도, 이를 지키고자 우린 늘 노력해왔다. 때론 누군가의 희생으로 정의가 실현되는 슬픔을 목격하면서 말이다. 금주의 테마는 ‘정의’다. 목적이 다른 정의 그리고 비극 속 정의와 마주해보자.

당신이 생각하는 정의란, 영화 「안티고네」


영화 「안티고네」는 세상의 율법을 어기고 가족을 지키려는 안티고네의 희생과 저항을 그리고 있다. 안티고네와 그녀의 가족은 미래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모국인 알제리를 떠나 캐나다에 정착한 이민자들이다. 그러나 그녀의 큰오빠 에테오클레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죽고, 이에 반발한 작은오빠 폴리네이케스가 구속되면서 그들의 비극은 시작된다. 게다가 경찰 조사로 작은오빠는 마약을 취급하는 갱단의 단원이었음이 드러나 모국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그런 그를 위해 그녀는 면회를 빌미로 감옥에 대신 들어가지만 이내 경찰에게 발각되고 만다.

영화는 이들이 약자임을 고려하지 않고 법 감정만을 내세워 추방하려는 국가와 법을 어겨서라도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개인 사이의 충돌, 그리고 범법자이지만 그녀를 저항의 상징으로 지지하는 집단과 이민자란 이유만으로 그녀에게 비난을 퍼붓는 집단의 SNS 속 충돌을 다루며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관객 스스로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다양한 정의가 충돌하는 지점인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와 난민 문제를 자연스레 녹여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결코 하나의 입장을 대변하진 않는다. 그녀가 선택한 정의는 시비와 선악을 떠나 모두에게 달리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언제든 다시 법을 어길 거예요”라고 외치는 그녀의 정의에 공감할 수 있을까? 영화로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무고한 약자의 안타까운 희생, 책 「니클의 소년들」


1960년대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책 「니클의 소년들」 속 ‘니클’은 소년 감화원이다. 비범했던 주인공 엘우드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며 예상치 못한 인생의 변화를 맞이한다. 그것은 바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니클로 가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엘우드는 60명과 함께 좁은 공간에서 자고, 힘든 노동을 하는 등 온갖 고난을 겪는다.

1960년대 그 당시엔 인종에 따라 버스 좌석이 구분됐고, 서로 다니는 길조차 분리돼있었다. 니클에서도 흑인 소년과 백인 소년의 생활공간은 달랐으며, 흑인은 백인보다 낡은 옷을 입었다. 또한 이곳에서의 △성적 학대 △인종차별 △폭력은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니클의 화이트하우스에서 끔찍한 매질을 당하던 이들 중 폭력을 견디지 못해 죽은 흑인 아이들은 모두 비밀묘지에 묻혔다. 훗날, 이 비밀묘지는 한 대학생에 의해 발견됐고, 과거 니클의 부패와 학대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중년이 된 엘우드는 니클의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기자회견에 참석한다.

과거 인종차별이 철폐되는 과정 속 수많은 흑인이 무고하게 희생됐다. 그 결과, 인종차별 금지법이 생기고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약자가 희생되지 않고 정의가 실현될 순 없을까?’라는 본질적 질문을 하게 된다. 책 속에 등장한 가슴 아픈 죽음을 기억하며 약자의 희생 없이 정의를 실현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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