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축제를 맞이하며
가을 축제를 맞이하며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6.09.24
  • 호수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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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2주간은 그야말로 황금휴가라 할만하다. 다음 주는 개천절과 추석이 포함된 그야말로 ‘황금 주간’이고 이번 주는 양배움터에서 동시에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서울과 안산을 오가며 축제를 즐겼던 학생들에게는 예년의 축제 기간과 겹쳐버린 추석 연휴가 야속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학생들에게 있어서 대학축제는 여러모로 즐거운 일이다. 평소 웃돈을 얹어줘도 구할 수 없는 인기가수의 콘서트를 무료로 ‘안방’에서 만끽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또한 학교 밖까지 나가지 않아도 선후배와 함께 즐겁게 한 잔 할 수 있는 1년에 두 번 있는 행사다.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대학축제를 이야기할 때 인기가수와 술을 제외하면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학교를 다니면서 지금까지 세 번의 축제를 경험해봤지만 공연을 보고 함께 술을 마신 것 외에는 쓰레기로 가득 찬 캠퍼스 밖에는 기억이 없다.


각 단위에서 준비한 행사들은 특징 없이 매번 똑같은 내용들을 반복할 뿐이고 테니스 공 한번 던져볼라치면 주머니 사정을 따져야 한다. 밤이 되지 않으면 마땅히 놀고 즐길만한 거리가 없다.


이는 ‘학생회가 학생들의 관심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준비 소홀 때문’이라고 말하기엔 학생들의 취향이 너무나도 다양하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인기가수의 섭외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렀느냐 아니냐의 판단 기준은 폐막식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해줄 가수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밀물제 준비위원회는 만점을 받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역량을 발휘했다.

문화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쉽지 않다. 지금 우리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아무리 소리쳐봐야 단 기간에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축제라는 이름을 버젓이 붙여놓고 인기가수와 동아리의 공연만을 관람하라 강요하는 것은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밑 걸음이 될 수 없다. 지금의 현실은 지역 특산물 축제가 인기가수의 초청공연으로 변색돼버리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충북대의 5백50인분 초대형 비빔밥 만들기가 재밌어 보이는 것은 오직 필자뿐인가. 국내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를 정착시킨 연고전은 누구나 한 번쯤 부러워했을 축제다.

우리학교만의 축제문화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이전에 선행돼야할 작업들도 너무 많다. 하지만 변화는 언제나 미천한 것에서 비롯된다. 우리학교는 왜 서울과 안산의 통합 축제를 고려하지 않는가. 지역적으로 지방에 캠퍼스를 둔 대학들 중 우리학교만큼 양 배움터의 이동이 용이한 곳도 없다. 형식은 어느 것이어도 좋다. 봄 축제를 단독으로 개최한다면 가을 축제를 매년 번갈아가면서 통합 개최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방법은 정말 다양할 수 있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자. 이번 축제는 백지영의 섹시댄스와 싸이의 폭발적인 무대매너, 다양한 강연회와 학우들 간의 술자리를 즐기자. 하지만 우리는 이제 한양대만의 축제를 만들 때가 됐다. 한성전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그 전에 교정에서 마시고 먹은 쓰레기는 각자가 알아서 처리하는 센스부터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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