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데군데 물자국 같은 것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초라한
종이에, 그래도 꽤나 힘들여 쓴 글자들
그 몇 자가
그 청년의 말마따나 몇 사람의 눈에서
소금같이 짠 물들이 흘러나오게 했다.
마냥 실실대는 웃음이
어찌 보면 가장 큰 복이라고
순한 모습 고대로
키웠더니,
삐죽삐죽 날 선 가시들에 찔려서
갈 때는 오만 울음 다 울었겠구나,
너 다시 태어나면 그때는
꼭 가시 없는 꽃향기 그득한 곳에서,
힘든 일 없이 고생하지 말구,
조금 늦게 가거라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바들바들 떨리는 한 손으로
붉게 퉁퉁 부은 얼굴을 쓸어내리고,
저들의 두 발에 시선을 두었다.
고요하니
깜깜한 적막이 흘렀다.
아무 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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