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사계절을 설계하는 여자라이프스쿨 이재은 대표
여자의 사계절을 설계하는 여자라이프스쿨 이재은 대표
  • 이세영 기자
  • 승인 2020.11.30
  • 호수 1522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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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이프스쿨 이재은 대표

 

살아가다 보면 우리에겐 점점 더 많은 사회적인 역할이 부여되고 이에 따라 우리는 수많은 역할 갈등에 직면한다. 여성 커리어 교육 기관 ‘여자 라이프 스쿨’의 이재은 대표. 그녀는 본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해 현재 교수, 작가, 대표라는 여러 사회적 역할로 활동하는 동시에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이런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결혼, 임신, 출산이라는 생애주기를 겪는 여성 라이프에 관해 교육을 하고 이와 관련된 책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그녀가 여성의 삶과 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연구해왔는지 ‘대표’ 이재은, ‘작가’ 이재은 그리고 ‘엄마’ 이재은으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생을 바꾸는 목표 설정의 힘
이 대표는 외국어고등학교 졸업 후 단순히 자신의 전공을 살리고자 본교 독어독문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학 진학 후 미래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찾지 못했고 2학년 때까지 고민과 방황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이 대표는 독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됐고, 그때부터 그녀의 삶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독일에 실제로 가보니 제 독일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독일어 실력이 갑자기 좋아질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타지에서 홀로 견뎌보자’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죠. 아무래도 홈스테이 하는 가정에 오래 머무르다 보니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굉장히 많이 노출됐어요. 덕분에 언어에 자신감이 붙은 제 모습을 발견했죠.” 이렇게 그녀가 3학년 때 다녀왔던 ‘교환학생’은 뚜렷한 목표 없이 지냈던 자신에게 전환점이 됐다고 말한다.

시작은 그녀가 직접 겪은 사내 성차별 
졸업 후, 지인의 추천으로 금융권 회사에서 비서로 근무하게 된 이 대표. 그곳에서 그녀는 이미 사내에 만연하던 성차별에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여직원은 허드렛일만 했고, 이유도 모른 채 저평가되고 열등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약자가 되는 불합리한 현실에 큰 목소리를 냈더니 한순간 버릇없는 여직원이 됐어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됐고,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이 사회 문제에 대해 질문했죠.”

결국 그녀는 그 답을 페미니즘에서 찾았다. “제가 사내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성 역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는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어요. 그 관심은 제가 한 글로벌 여성 NGO에서 영대표를 맡아 활동하게 만들었죠.” NGO 활동을 통해 그녀는 세계 각국 여성들의 이슈를 발굴했고 여성 권한의 척도 등에 대해 알리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여성지의 기자로도 활동했다. 이 대표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여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본인을 포함해 많은 여성에게 던졌다. 당시의 기자생활은 지금 그녀가 가고 있는 일에 밑거름이 됐다.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의 핵심은 여성의 생애 주기를 파악하고, 상담과 컨설팅으로 일정한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기 때문에 기자생활에서 인터뷰 기술과 글쓰기를 통해 얻은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언제 어디서든 자기 자신을 잃지 마세요
그녀가 이토록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과거 자신이 여성으로서 많은 고민에 직면해왔기 때문이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이 대표는 상담이나 코칭 관련 수업을 듣고 박사과정을 밟기도 했으며, 책 「여자 Life 스쿨」, 「벌거벗은 이력서」 등을 집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지인과 함께 여성 생애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여자 라이프 스쿨’을 설립한다. 여자 라이프 스쿨은 ‘여자들의 인생 학교’라는 의미로 여성의 일, 사랑, 인생의 로드맵을 디자인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현재 많은 여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멘토이자 롤모델로 활동하는 이 대표. 최근 그녀는 경력단절로 막막해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따스한 조언을 선사하는 책 「다시, 일이 그리워질 때」를 발간했다. “이 책은 제가 출산하고 2년 정도 경력단절을 경험했을 때 썼어요. 육아를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공백기가 생긴 3040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 시기의 여성들은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해 엄마 손을 예전처럼 필요로 하지 않을 때쯤 다시 커리어를 이어가고자 하죠. 하지만 현실은 한번 공백이 생겼던 여성들이 다시 일하기 쉽지 않다는 거에요. ‘경력단절’이라는 말은 일을 그만둔 것 자체가 실패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그녀도 워킹 맘으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고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맡으며 역할 갈등이란 고민에 직면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는 시간에 갑작스럽게 잡힌 업무회의를 해야 한다면 부모와 대표로서의 역할 갈등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점차 훈련이 됐고, 지금은 각기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게 돼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한다. “저는 일종의 모드를 만들어두고 그때그때 제게 주어진 역할을 스스로 잘해낼 수 있도록 상황마다 적용해요. 예를 들어 제게 어떤 제안이 왔을 때, ‘이 시기에는 엄마모드로 바꿔야하는데 이 일을 맡게 되면 충돌이 일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그 일을 하지 않아요. 각각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지를 보면서 일정을 짜다보니 지금은 다행히 원만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대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다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그녀. “야망을 크게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현재 많은 학생들의 눈높이가 취업 및 대기업 입사에 맞춰져 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으로 무엇을 일구는 사람이 돼야겠어’라는 포부가 반영된 커리어 리더십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커리어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라면 경력단절과 같은 두려움에서도 좀 더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거에요.”

이 대표는 앞으로도 사회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에 대해 연구하고 그들을 위해 타당하고 신뢰성 있는 진단을 만들 계획이다. 그녀는 여성들이 앞으로 여성 커리어와 관련된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이재은’과 ‘여자 라이프 스쿨’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동안 많은 선배 여성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그녀 또한 애정 어린 마음으로 이 시대 여성들의 상처를 보듬고, 더 나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이 대표는 자신의 일이 결국 사람들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도록 돕고 더 나은 자신을 경험하게끔 커리어를 설계하는 것이기에 자신을 ‘일 디자이너’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앞으로 취업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인생 전체를 설계할 수 있도록 그녀가 이 자리에서 꾸준히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사진 제공: 이재은 대표
도움: 나병준 수습기자 songforyou@hanyang.ac.kr
임윤지 수습기자 yjlim062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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