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은은하게 오래 기억되길
[취재일기] 은은하게 오래 기억되길
  • 조하은 기자
  • 승인 2020.11.23
  • 호수 1521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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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하은<대학보도부> 부장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기. 제가 방송기자가 되려는 목적이자 목표입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두 번의 입시를 준비하면서 작성했던 필자의 자소서에 한결같이 적혀있던 문장이다. 중학생 때부터 필자의 꿈은 기자였다. 돈과 권력으로 가려졌던, 한 가족의 삶을 짓밟은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드라마 속 기자들의 모습에 반해 막연히 기자라는 꿈을 꾸게 됐다. 막연하게 시작된 꿈이었지만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서툰 솜씨로 스터디를 꾸려 언론에 대해 탐구하고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보기도 하면서 기자라는 직업의 매력에 더 빠져들었다. 다만, 말재주가 없는 필자라 ‘글’로 우리 사회에 꽤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문기자라는 일도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필자는 입학 직후 바로 한대신문사에 입사하진 않았다.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한 소양을 기르기 위해 우리 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입학하고 싶었고, 그래서 입학도 하게 됐지만 막상 학교에 들어오니 그것 외에도 즐거운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기자라는 꿈에 가졌던 열망은 자연스레 잊혀갔다. 그러던 중 마냥 즐거웠던 필자의 새내기 생활이 끝나가던 2019년 겨울, 우연히 한대신문사에서 수습기자를 추가 모집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1학년이 지나기 전에 의미 있는 교내 활동 하나쯤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터라 처음 기자의 꿈을 가졌던 때처럼 그런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한대신문에 지원했다.

그러나, 막상 신문사에 들어와 보니 그런  생각만으론 활동할 수 없었다. 신문 하나가 나오기까지 학보사 기자가 해야 하는 일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고, 이에 따르는 책임감도 막중했다. 한대신문에 들어온 순간부터 신문사 일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매일 매일 필자를 따라다녔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교내 행사가 취소되면서 매번 부족한 아이템을 찾기 위해 정처 없이 학교를 돌아다니기도 했고, 갑자기 인터뷰 일정이 변경돼 집에서 밥을 먹다가 급하게 인터뷰를 하러 가기도 했으며, 마감 날엔 밤을 새우고 차가운 신문사 방바닥에서 자는 게 일상이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했음에도 기사 작성이 뜻대로 잘 되지 않거나 실수를 할 때면 ‘그때 신문사에 지원하지 않았다면 지금 좀 더 편안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 스스로 선택한 일을 후회하고 싶지 않았고, 학창 시절부터 꿈꿔 왔던 일에 대한 첫 경험을 ‘낭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생각으로 신문사 일을 하며 필자에게 찾아온 고비를 하나, 둘 넘겨오다 보니 어느덧 한대신문 수료 기간인 3학기의 끝에 다다르고 있다. 지나고 돌아보니 밤샘 마감 작업은 필자가 다른 일을 할 때도 어떤 고된 일정도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는 깡을 만들어줬고, 늘 예기치 못하게 바뀌어 학보사 기자 생활 내내 필자를 괴롭혔던 취재 과정은 계획한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더라도 당황하기보단 대안을 생각하며 끝까지 그 일을 밀고 나갈 수 있는 끈기를 알려줬다. 비록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을 학보사 기자로서의 생활은 곧 끝나지만 이곳에서 보낸 3학기의 시간이 필자의 인생에 은은하게 오래 남아 힘이 돼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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