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소리 나는 게임 핵
헉! 소리 나는 게임 핵
  • 정채은 기자
  • 승인 2020.11.08
  • 호수 1520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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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에선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법률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프로그램’은 게임 사용자들 사이에서 일명 ‘게임 핵(hack)’으로 불린다. 펍지의 「배틀그라운드」같은 1인칭 슈팅게임(FPS)에서 상대를 자동으로 조준해주거나,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이 실시간 전략게임(RTS)에서 사용자가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상대와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게임 핵에 포함된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는 “게임 핵의 역사는 온라인 게임의 역사만큼 길며, 오늘날 그 종류는 무한대에 이른다”고 말했다.

“게임이 공정하다면 실력과 노력이 명확히 드러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게임에서 핵 사용자를 만나면 결과가 안 좋은 쪽으로 가게 되니 화가 나죠. ‘공정한 게임’이 되질 않잖아요" - 우리 학교 학생 A씨

김선경<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19> 씨는 “게임에서 누군가 핵을 비롯한 불법 프로그램을 통해 무조건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면 의욕이 뚝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안진경<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게임이란 매체는 수없이 실패를 거듭하며 한 단계 성장했을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노력과 과정의 콘텐츠’인데, 핵 사용자들은 노력의 과정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말했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는 “게임 핵은 실력이 바탕이 되는 공정한 경쟁이란 가치를 깨고 게임 이용자의 흥미를 저해하며, 이는 게임제작사의 수익과도 충돌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미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성취감을 위해서 게임을 하는 이용자들에게 게임 핵은 불쾌감을 주고, 이는 장기적으로 게임 존폐를 좌우하는 치명적인 걸림돌이 된다.  

게임 제작사들도 각자의 방법으로 핵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게임 핵 차단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신고 시스템을 빠르게 순환시키려 노력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안 교수와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모두 “근본적으로 게임 핵을 없앨 수는 없다”고 말한다. 게임 핵에 대한 사용자들의 수요가 있는 한, 끈질기게 기생하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도 어둠의 경로 어딘가에선 게임 핵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행히, 이번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게임 핵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게임 핵 근절에 대한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다뤄진 바 있는데, 이를 통해 게임 핵의 제작 및 판매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불법 핵 프로그램의 제작자와 판매자만 처벌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느끼고, 이번 국감에선 처벌 대상을 불법 프로그램 이용자까지 확대해 제재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상반기 한국 콘텐츠 수출액의 약 70%를 게임이 차지했다. 그만큼 우리 문화에서 게임 산업이 갖는 중요성은 실로 엄청나다.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게임 제작사의 노력과 함께 국가 차원의 제도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도움: 안진경<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김유진 수습기자 pepperyou@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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