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인생을 바꾼 한 번의 선택
그녀의 인생을 바꾼 한 번의 선택
  • 이세영 기자
  • 승인 2020.11.08
  • 호수 1520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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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텐바이텐> 대표

학창시절 자신에게 가혹할 정도로 완벽주의자였던 최은희<텐바이텐> 대표. 본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모험적인 선택을 한 적 없는 그녀가 ‘창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만나 ‘텐바이텐’의 운전대를 잡고 앞장서 달려가고 있다. 최 대표는 ‘텐바이텐’에서 직접 만든 콘텐츠를 통해 고객에게 색다르고 특별한 즐거움을 안겨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녀가 어떻게 창업의 문을 두드렸는지, 어떤 여정을 떠나왔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건축학도를 꿈꿨던 평범한 소녀
최 대표는 어릴 적 버스를 타고 하교하면서 공사장이 번듯한 빌딩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곤 ‘어떻게 건물이 한순간에 완성되는 걸까’하는 궁금증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그 궁금증에 대해 아버지께 여쭤본 그녀는 평면 위에 여러 개의 선으로 그려진 도면에서 입체적인 건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이런 사실은 11살짜리 소녀에게 적잖은 감동을 줬고, 도면을 그릴 수 있는 직업인 ‘건축사’가 되겠다는 열망을 품게 했다. 

그렇게 그녀는 건축학도라는 꿈을 좇아 본교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그녀는 동기 6명과 함께 ‘AIDS’라는 건축스터디 동아리를 만들었고 그곳에서 건축의 의미 등을 놓고 다양한 논쟁을 벌였다. “학과 공부를 조금 더 재밌게 해보자는 취지에서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건축을 공부하면 할수록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이슈도 함께 공부해야함을 느꼈어요.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세우는 것을 넘어 사용자에게 그 건물이 안전하다는 믿음을 줘야 하죠. 그래서 건물을 세우는 사람에게도 건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윤리가 필요함을 느끼고 이에 대해 공부했어요.”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한 모험적인 선택
그녀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곳은 대기업의 건축사무소로 건축학도 사이에서는 꿈의 직장으로 정평 난 곳이었다. “정신없이 바쁜 건축사무소의 생활 속에서 힘든 날도 있었지만 행복함과 뿌듯함을 제일 크게 느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던 2000년 가을, 오랜만에 참석한 건축학과 동기 모임은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외환위기로 건축 경기가 무너져 다들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을 때였죠. ‘건축이 아니면 뭘 하고 살 것인가’에 대해 의논하다가 고객과 실시간 소통하면서 할 수 있는 이커머스 시장은 어떨까라는 이야기가 오갔고, 장난스럽게 온라인에서 인테리어 소품을 팔아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그땐 그냥 툭 내뱉은 현실감 없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죠.”

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얼마 있다가 동기들에게 제대로 창업을 시작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건축사 시험도 치러야 했으며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아야 했던 시기였기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 “동기들이 계속 같이 해보자고 저를 설득했어요. 그러다가 내 인생에서 한 번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라며, 저 자신에게 2년이라는 시간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동기들의 창업에 합류하게 됐어요.” 

완벽주의와 안전한 선택을 추구해왔던 그녀였기에 그녀가 ‘창업’을 선택한 것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안정적인 조직을 구축할 때까지 동기들을 도와주고 2년 후엔 다시 건축이라는 본업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던 그녀다. “2년만 버티자고 생각했어요. 자금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긴 했지만 계속해서 맞서 싸웠더니 결국 성공적인 투자를 이끌어냈고 그렇게 동기들과의 창업이 시작됐죠.”

첫 사업을 성공궤도에 올리다
2년만 자신의 인생에 휴가를 준다는 개념으로 시도했던 창업. 하지만 그녀는 창업을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건축과 창업이 닮아있음을 느끼기 시작했고 ‘독수리 5형제’라고 불리던 동기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텐바이텐’의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건축이 무언가를 설계하고 그 설계에 의해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지금 제가 운영하고 있는 ‘텐바이텐’이라는 브랜드도 설계도에 의해 하나씩 완성돼가고 있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둘은 정말 많이 닮아있어요.”

이후 그녀는 “10가지 스타일로 10가지 즐거움을 준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디자인 소품 전문 브랜드인 ‘텐바이텐’에서 마케팅 담당을 맡으며 창업을 성공궤도에 올려놓았다. 사업 초창기엔 살짝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기들이 함께였기에 지금 자신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최 대표는 말한다. “각기 다른 다섯 명이 모여서 창업을 시작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견 충돌 없이 잘 지탱해왔어요. 모든 구성원들이 찬성해야만 어떤 안건이 통과되는 만장일치제를 실시하니 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다섯 명이 머리를 맞댄 결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히트작이 쏟아졌고 100개였던 입점 품목도 차츰 늘어났다. 최 대표는 텐바이텐의 성공 포인트로 감성마케팅과 독특한 디자인, 그리고 트렌드를 꼽았다. “텐바이텐은 일반 상품을 똑같이 판매하는 회사가 되지 않았으면 해요. 고객이 우리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읽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마음 훈훈해지는 이벤트를 보고 ‘역시 텐바이텐스럽다’라는 이야기를 해주면 전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그릴까
최근엔 개인마다 성향도 다르고 취향이 너무 다양해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그녀는 이런 시기에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트렌드와 소비자를 잘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은 로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창업을 시작할 땐 ‘왜 창업을 하고 싶은지’, ‘내가 시도하는 창업이 과연 나와 맞는지’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텐바이텐’은 자신의 성장 동력이라고 말하는 최 대표. “텐바이텐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어요. 내가 추구하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도 성공이라는 도착지에  도착할 수 있음을 알게 됐죠.” 앞으로 그녀가 ‘텐바이텐’과 함께 걸어갈 새로운 길이 기대된다.

▲ 최 대표는 힘든 순간에도 자신의 에너지 창고를 가득 채우는 본인의 모습을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넘치는 에너지로 고객에게 끊임없이 다가가겠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사진 제공: 최은희<텐바이텐> 대표
도움: 이재희 기자 ljhbob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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