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이번에 잘해야 앞으로 편하다!
전통시장, 이번에 잘해야 앞으로 편하다!
  • 맹양섭 기자
  • 승인 2020.11.08
  • 호수 1520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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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유통업에 힘을 실어주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에 따라 2010년부터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의 전통시장 근처 출점을 제한했고, 2012년부턴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시간과 날짜 규제를 시작했다. 이후 2015년에 신설된 *일몰제에 의해 오는 23일 위 유통법 6개 항목이 효력을 다할 예정이었다.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가 전통시장 바로 옆에 출점할 수 있게 될 뻔한 것이다.

이를 막고자 지난 9월 ‘유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유통법 6개 항목의 효력은 5년 더 연장된다. 여기에 더해 21대 국회에서 △전통상업보존구역 범위 확대(1㎞→20㎞) △대형마트 출점 시 제출하는 지역협력계획서 심의 및 이행 명령 강화 △의무휴업을 복합쇼핑몰 및 백화점까지 확대 등 유통법 관련 총 13개 안건이 국회에 발의됐다.

영업제한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유통환경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 등에 대해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전통시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상린<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의 유통법은 급변하는 유통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단체 E컨슈머의 2016년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의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이용행태 연구에 따르면 △광주 양동시장 △부산 남항시장 △서울 광장시장 △서울 신원시장 △청주 육거리시장의 방문 소비자수는 대형마트의 휴업일에 오히려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대형마트 휴업일에 소비자의 소비는 어떨까? 한국유통학회가 지난해 12월에 조사한 ‘대형마트 쉬는 날 소비자 행동 변화’에 따르면 소비자는 △‘슈퍼마켓 이용’(23.7%) △‘온라인쇼핑 이용’(11.9%) △‘다른 지역 대형마트 이용’(11.6%) 순이었으며, ‘전통시장 이용’은 5.8%로 훨씬 낮은 수치였다. 박세정<경상대 경영학부 19> 씨는 “주차가 편하고 포장이 잘 된 대형마트에 영업일을 맞춰 가거나 대신 집 근처 슈퍼에서 소비하다 보니 전통시장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생발전을 위해 마련된 유통법의 실효성이 부족함을 방증하는 것이다.

유통환경이 변하다, 온라인
이젠 대형마트 등의 영업을 제한해 소비자가 전통시장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간접적 정책에서 나아가 전통시장 자체에 대한 직접적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 한 교수는 “아직도 정책수립자들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경쟁 구도로 바라보는 상황이지만, 실상은 대규모점포도 쇠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곧 전통시장과 대규모점포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한 교수는 “정책의 방향을 전통시장에 대한 온라인 지원으로 바꿔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주영<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역시 “전통시장 상인들은 온라인 유통이 만연한 상황에 대비가 안 된 실정”이라며 “이들에게 온라인 유통에 대한 지원책을 유통법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시장의 본질적인 문제는
전통시장이 온라인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도, 전통시장의 본질적인 문제 역시 해결해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전통시장은 소비자의 불편함을 보완하고, 시장 특색활동을 추진하는 등 전통시장 자체가 가진 문제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트렌드 모니터의 ‘2020 재래시장 방문 경험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전통시장의 개선 및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위생 및 청결도 △주차시설 확보 △가격 경쟁력·투명성 확보 순으로 꼽았다.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해 우리 학교 학생 박 씨는 “우선 전통시장이 많지 않고,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이 많으며, 품질이 좋은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박 씨는 “부르는 게 값이라 바가지를 쓰는지도 알 수 없고, 위생이 안 좋을 것 같아 가기 꺼려진다”고 얘기했다.

천안시청 소상공유통팀 관계자 A씨는 “쾌적하고 편리한 쇼핑을 위해 시장 내 주차시설을 확충하고, 시장별 특화로 고객을 유치해 자연스럽게 인근 점포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 답했다. 앞선 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에 대해 사람들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옛 추억이 떠오르며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눔의 정이 좋고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를 겨눠야
대부분의 유통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는 지금,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야 한다. 전통시장을 지키는 일은 시대의 기억을 머금고, 자라난 역사를 지키는 것이다. 향토적 특성이 어우러져 생기는 정겨운 흥취를 느낄 수 있는 전통시장은 추억을 사고파는 공간이자 즐거움을 공유하는 문화공간이다. 박 교수는 “각양각색의 소비층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불문하고 다양한 유통업계가 있어야 하며, 다양한 물건과 체험으로 구성된 전통시장은 지속할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빨간불이 켜진 전통시장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통법의 변화와 우리의 관심으로 전통시장의 초록불이 돼주자.


*일몰제: 법률이나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게 하는 제도이다.

도움: 박주영<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한상린<경영대 경영학과> 교수
이다빈 수습기자 ldb149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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