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을 위해선?
[아고라]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을 위해선?
  • 황하경 기자
  • 승인 2020.11.08
  • 호수 1520
  • 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황하경<대학보도부> 정기자

“야! 나 좀 그만 보고 너를 좀 봐. 네 인생에 신경 써”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주인공 정유나는 자신을 헐뜯는 상대에게 더 이상 기죽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영화의 대표적인 명대사인 정유나의 이 말은 묵직한 울림을 안겨준다. 우리는 자신보다 남에게 더 관심이 많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정한다. 자신이 더 나음을 남에게 보여주는 과정에서 무시의 표현을 사용하면, 이것은 사회적 편견으로 발전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차별과 편견이 담긴 현실을 마주하지만 자신은 예외라며 외부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며 보고도 모른 척 넘어간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90년대의 현실을 담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고졸과 대졸의 차별, 내부 고발자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은 여전히 남아있다. 영화에선 대졸과 고졸의 차이를 복장으로 보여주면서 고졸 출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이런 차별을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한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차별과 편견에 무감각해진 우린 스스로 사회에 또 다른 편견을 만든다. 영화에선 페놀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회사 내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처음 페놀 유출을 목격했던 주인공 이자영은 페놀 유출에 대해 알리고 마을 사람들을 보호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힌다.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사람, 변화를 시도하려고 하는 사람을 묵살시키고 보호해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영화를 통해 보여진다.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우리는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드라마 「18 어게인」에서 이혼하고 아이를 낳은 아나운서를 향해 대중이 주인공에게 상처가 되는 부정적인 인식을 댓글로 분출하는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의 실력이 뛰어남에도 이혼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회사는 주인공을 내쫓으려고 한다. 아나운서에 대한, 더 나아가 여성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 드라마를 통해 투영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나운서는 여전히 예쁘고, 젊은 이미지에 갇혀있다.

학력 차이로 인한 차별, 내부 고발자에 대한 편견은 계속되고 있다. 회사 내 여성에 대한 차별도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에게 잡일을 시키는 것이 당연시되기도 하고 승진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남아있는 곳도 많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엔 성소수자, 중국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이들을 향한 혐오 표현을 낳았고 그들을 혐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우리의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렇듯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우리의 차별과 편견은 새로운 차별을 만들고 이는 다시 사회에 답습된다. 악순환은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우린 차별과 편견이 가득한 세상을 마주하고 있고 무심코 편견이 담긴 말을 내뱉고 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대우받을 권리가 있기에 자신과 인종, 성별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입장을 이해할 때,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