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섬, 독도에 가다
천혜의 섬, 독도에 가다
  • 배준영 기자
  • 승인 2020.11.08
  • 호수 1520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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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은 스무 번째 맞는 ‘독도의 날’이었다. 독도의 날은 지난 2000년, 대한제국 황제 고종이 울릉도 관할구역에 독도를 포함한 일을 기념하고, 독도가 대한의 영토임을 천명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기자는 독도수호국제연대 산하 교육기관 독도아카데미의 일원으로 지난 독도의 날을 맞이해 1박 3일간 독도 탐방의 기회를 가졌다.

지난 2006년 출범한 독도수호국제연대는 독도 탐방 훈련과 독도 주권 교육을 진행하며 국내·외로 독도에 대한 바른 인식을 세우는 단체다. ‘독도 수호에 강렬한 의지를 가진 젊은 세대를 양성하겠다’는 설립 취지에선 독도 수호를 위해 바른 교육을 통해 바른 미래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푸릇한 공기와 바다 내음이 밀려오는 곳, 독도로 떠나보자.

국토 최동단, 독도에 이르기까지
늦은 밤, 잠든 도시를 뒤로 버스는 달렸다. 시원하다 못해 밤기운은 쌀쌀했다. 그러나 맑게 갠 밤하늘의 별은 설레는 마음을 안겨주었고, 교과서 같은 지면이나 매체를 통해서만 접했던 독도를 직접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에 기대감은 커졌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말이 관용구처럼 쓰이는 근래에 부끄럽게도 독도에 대한 기자의 관심은 오히려 줄어갔다. 독도 탐방에 선뜻 의지를 보인 것도 이런 모습이 적어도 바람직하다고는 느끼지 못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부끄러움이 밀려와 뒤늦게 독도를 검색하고, 그에 얽힌 여러 정보를 찾다 창에 기대 깊은 잠에 들었다.

수평선 너머 조금씩 빛이 오르던 무렵, 일행은 울진군 후포항에 닿았고, 간단한 식사를 마친 후 울릉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 부두를 떠나며 고동이 울리고, 얼마 안 가 배는 시작도 끝도 없는 듯 보이는 바다 중심으로 모두를 데려다 놓았다. 비교적 잔잔한 파고였음에도 두 시간이 넘는 이동은 고됐다. 울릉군 도동항에 이르러 배가 *접안하니, 국토의 동쪽 끝이 멀지 않았음을 체감했다. 쌀쌀한 바닷바람이 입항을 맞이해주었다.

두 눈으로 독도를 담다
울릉도에서 약 87㎞, 맑은 날에는 육안으로도 관찰이 가능하다는 독도에 닿기 위해선 다시 배에 올라 한 시간 반을 가야한다. 지난 태풍의 여파로 접안 시설이 파괴돼 독도에 직접 오를 수 없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지만, 파도 포말에 비쳐 반짝이는 빛은 이내 마주하게 될 독도에 대한 기대감을 커지게 했다. ‘독도가 보인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은 일제히 분주해졌다.
눈앞에 들어온 독도는 그야말로 가장 자연적인, 자연의 원형에 가까웠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감격이 밀려왔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배였지만 잔잔한 물살 덕에 비교적 선명히 독도와 마주할 수 있었다. 뾰족하고 날카로워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서도와 그보다 완만하고 크기가 작은 동도가 보였다. 그중 서도의 한쪽 끝, 작은 시설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이는 독도 이장이었던 故김성도 씨의 집으로, 현재는 배우자 홀로 거주 중이다. 동도에는 독도 경비대원이 주둔하는 경비대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직접 독도를 밟아볼 수도, 조금 더 생기있는 파릇파릇한 독도를 접할 수 없었던 것은 아쉬웠지만, 청명한 하늘 아래 독도를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이처럼 미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다방면으로 그 가치를 자랑하는 독도였다. 그리고 그 매력을 올곧이 이해하는 과정은 ‘독도는 의심 없이 우리 땅’이라는 저변의 의식에서 비롯됐다. 즉 ‘독도가 왜 우리 땅인가’라는 물음보다 ‘독도는 우리 땅이다’는 확고한 신념에서 모든 생각과 감정들이 출발한 것이다.

독도의 독은 ‘홀로 독(獨)’을 사용하기에 외롭고 쓸쓸한 섬이라는 오해를 종종 받는다. 그러나 외려 독도는 저 자신을 지키는 고매하고 강직한 ‘선비’에 가깝다. 그렇기에 언제나 독도는 태극기를 매건 채, 자신의 곁을 지키는 몇몇과 차가운 바다를 맞으며 제 자리를 굳게 지켜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와 동반될 수천만 국민의 열렬한 관심은 독도가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키게끔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돼줄 것이라 믿는다. 

멀리서 바라본 독도의 전경이다. 하늘과 바다의 구분이 사라진 곳, 그 가운데에 서도와 동도 두 섬이 우뚝 솟아있다.
멀리서 바라본 독도의 전경이다. 하늘과 바다의 구분이 사라진 곳, 그 가운데에 서도와 동도 두 섬이 우뚝 솟아있다.
서도의 전경이다. 가파른 섬 아래, 작지만 눈에 띄는 하늘색 건물이 독도 이장 故김성도 씨의 집이다.
서도의 전경이다. 가파른 섬 아래, 작지만 눈에 띄는 하늘색 건물이 독도 이장 故김성도 씨의 집이다.
동도의 전경이다. 독도경비대원이 주둔하는 경비대 건물과 동도 트래킹길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동도의 전경이다. 독도경비대원이 주둔하는 경비대 건물과 동도 트래킹길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접안: 화물의 하역 및 승객의 승·하선을 위한 구조물이나 정박지에 선박이 정박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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