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학교를 비운 사이, 학생회비는 어디로 가고 있나
당신이 학교를 비운 사이, 학생회비는 어디로 가고 있나
  • 조은비 기자
  • 승인 2020.11.08
  • 호수 1520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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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학교가 텅 비면서 학생회비 집행에도 차질이 생겼다. 학교를 찾는 학생들을 위해 쓰려고 쌓아둔 예산이 갈 곳을 잃은 것이다. 학생회비를 집행하는 기구들은 현 상황에 맞춰 비대면 사업에 예산을 집행하려 하지만, 학생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고민에 빠졌다. 최근 서울캠퍼스 학내 커뮤니티에서 ‘비대면 시기, 학생회비를 사용한 사업’에 관해 학생들 간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논란은 한 단과대에서 진행한 ‘기프티콘 추첨 사업’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게시글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해당 단과대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7일 해명 글을 게시했다. 그로써 공정성엔 문제가 없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학생들은 이 사업에 관해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몇몇 학생들은 ‘사업 홍보가 SNS나 일부 단톡방으로 이뤄지니 그런 사업을 하는 줄도 몰랐던 학생이 태반’이라며 ‘홍보 부족으로 일부 학생만 혜택을 받게 학생회비가 사용되는 것은 잘못’이란 의견을 냈다. 한편 ‘어려운 시기에 비대면으로라도 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해 집행하는 건 잘못이 아니다’와 같은 의견도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황교선<경영대 경영학부 17> 씨는 “올해 유독 학생회비로 한 사업이 논란이 된 건 어찌보면 예정된 일”이라며 “이전과는 다른 사업을 시도하는 데에 따라오는 시행착오의 과정인 듯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러 학생 기구들은 새로운 환경에 맞춰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학생회비는 주로 축제와 같이 큰 교내 행사에 사용돼왔지만, 지난 학기부터 기존의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비대면 콘텐츠’에 학생회비 1천500만원 
이런 가운데 서울캠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달 예년의 축제 대신 ‘비대면 콘텐츠’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비대위가 지난 9월 말 학생처에 제출한 ‘비대면 콘텐츠 사업 기획안’에 따르면 △실시간 방송 6천만 원(연예인 및 유명 강연자 섭외비 포함) △웹드라마 제작 1천500만 원 △응답하라한뽕 1천만 원 △한양가요제 660만 원씩을 사업 예산으로 책정했다. 총 9천160만 원이며, 이 중 학생회비 1천500만 원이 사업 예산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모자란 금액은 학교의 학생 자치 사업 지원금인 ‘교비’를 사용할 예정이다. 올해 교비의 지급한도는 1억 원이며, '대면시험지원금'같은 비대위 장학사업의 재원이기도 하다.

사업 예산이 큰 만큼, 비대위의 비대면 콘텐츠 사업에 대해서도 최근 논란처럼 학생들 간 의견이 갈릴 여지가 충분하다. 비상대책위원장 권도형<사범대 국어교육학과 18> 씨는 “최종적으로 사업에 얼마의 학생회비와 교비를 사용할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학생회비 사용 내역은 연말 결산 후 학생들에게 공개될 것”이라 전했다.

이렇게 사업의 규모가 큰 것은 비대위의 가용 예산이 커진 것도 한 몫을 한다. 전체 학생회비는 1학기 4천892만 원, 2학기 2천654만 원으로 예년과 다름없는 수준이 납부됐고, 지난 학기 학생회비는 이번 학기로 전액 이월됐다. 따라서 이번 학기에 1년 치 학생회비가 한꺼번에 비대위를 포함한 학생 기구 28곳에 배분되게 됐다. 비대위에 배분된 학생회비는 약 2천290만원이다.
 

돈 ‘낸 학생’ ‘집행하는 학생’ 동상이몽
비대면 콘텐츠 사업은 지난 9월 중순 열린 제3차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참여 대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러나 당시 비대위의 중앙집행위원회가 전학대회에 제출한 자료엔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다만, 이 사업을 통해 ‘코로나19로 침체된 학생 자치 기구를 활성화’시키고, ‘현 상황에 적합한 비대면 콘텐츠로 학생들 간 단절을 해소’할 것이란 목적이 설명돼있다. 또한, 사업 예산 중 1천500만 원을 학생회비로 활용할 것임이 명시돼있다. 전학대회에 참석했던 경영대 정학생회장 김석찬<경영대 경영학부 18> 씨는 “취지에 공감해 찬성했다”면서도 “과도기이기 때문에 사업의 결과를 봐야 1천500만 원이 적절한 예산책정액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생 기구에 속하지 않은 학생들 사이에선 비판적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정승윤<공대 융합전자공학부 14> 씨는 “본래 축제에 학생회비의 대부분을 사용해도 되는 건 그것이 전통적인 행사이므로 학생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처음 시행되는 온라인 축제가 과거 축제만큼 학생들의 화합과 애교심을 가져올 행사일지 의문”이란 의견을 냈다. 권 비대위장은 이러한 의견에 “지친 학생들을 위로하고자 기획한 사업”이라며 “모쪼록 학생들이 낸 돈이 보람 있게 쓰였다는 평가를 받도록 사업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학생회비를 ‘낸 학생’과 ‘집행하는 학생’ 모두 올해와 같은 처지엔 처음 놓였다. 이런 때에 양측이 학생회비에 대해 ‘코로나19 전과 비슷한 규모로 사용해도 될지’, ‘무엇에 얼마를 쓰는 것이 좋을지’ 등의 논의를 한 적은 아직 없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코로나19 시기, 앞으로의 학생회비 집행 방향에 대해 다함께 고민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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