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꽃게춤
[장산곶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꽃게춤
  • 이예종 편집국장
  • 승인 2020.10.12
  • 호수 151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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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종<편집국장>

사람에겐 다양한 감정 표현의 방식이 있다. 그중에서 ‘춤’이라는 것은 사람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다. 신나는 일이든, 괴로운 일이든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춤을 통해서 표현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이 표현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우 자신이 원하는 그대로 이뤄지진 않는다.

‘산만하게’ 꽃게 춤을 추는 한 아이가 있다. 통원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부모를 보며 생긋 웃지만, 부모는 한층 무표정한 얼굴로 우산을 접으며 반겨주지 않는다. 시선을 돌린 아이는 반갑게 동생을 보고 만지려고 하는데 ‘얼굴 만지지 마’라는 부모의 호통에 깜짝 놀란다. 눈길을 둬야 할 곳을 잃어버린 아이는 무안해지고 갑작스럽게 분위기에 맞지 않는 꽃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아이는 동생을 안아서 부모님께 가려 한다. 하필이면 목을 조르게 됐고, 부모의 날카로운 외침에 아이는 고개를 숙인다. 유난히도 차가운 반응 뒤, 좋은 마음에 했던 아이의 행동들은 뿌리째 부정당한다. 그렇게 아이는 또다시 춤을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추지 못한다.

어찌 읽으면 아동학대의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아동학대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서로 사랑하는 부모와 아이로 구성된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벌어지곤 하는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아이의 상처가 오해에서 일어나는 문제라는 것이다.

아이에게 있어 하나의 세계가 되는 부모는 아이의 서투른 행동이 아이의 순수한 관심과 사랑의 결과물임을 오롯이 이해하지 못한다. 서투른 부모는 본의 아니게 아이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리고 이 안타까운 오해와 왜곡은 미미한 정도부터 눈에 보일 정도의 갈등을 빚어내는 수준까지 크기는 다르더라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다.

채널A의 「금쪽같은 내새끼」에선 꽃게 춤을 추는 아이를 비롯해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다. 전문가와 출연자들은 문제가 있어 보이는 아이의 행동에 대한 이해와 교정을 끌어낸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경우 근본적으로 부모의 훈육방식에서 원인이 드러나는데, 마치 최근 유행한 반려동물 행동교정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두 프로그램 모두 부모나 보호자가 사랑을 표현하는 데 있어 서투르게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도 그럴지언정,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대개 부모는 누구보다도 아이를 사랑한다. 그리고 아이가 잘못된 방향으로 자랄까 노심초사 두려워한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그 두려움이 벼랑으로 아이를 내몰게 되며,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난다. 

방송을 향해 혹자들은 부모의 자격이 없다며 비난한다. 그런데 누가 감히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이들의 부족함을 오로지 이들의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우리는 모두 어떻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지 전혀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틀어져 버린 사랑과 관심을 고치기 위해 용기 내 출연한 부모를 비난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나라는 아직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언급되는 부모 의무교육화조차 도입 여부를 따지는 중이다. 교육이 아예 없진 않지만 단시간 내에 우리 사회에서 양질의 ‘보편적 부모교육’을 접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민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그나마 보편적 부모교육이 조금이라도 달성되는 동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출연자에 대한 과도한 평가와 비난은 자제돼야 하지 않을까. 인지하지 못하는 와중에 우리들도 꽃게춤을 추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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