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뢰 깨진 독감 무료백신, 국민 불안 해소에 총력 대응을
[사설] 신뢰 깨진 독감 무료백신, 국민 불안 해소에 총력 대응을
  • 한대신문
  • 승인 2020.10.12
  • 호수 151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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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독감 백신 관리가 최근 도마 위에 올랐다. 유통과정에서 상온 노출 가능성이 있는 정부 조달 백신을 접종받은 이들이 연일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파장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가늠조차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은 예방접종 사업 시작 전날 제보를 받고서야 문제를 인지했고, 사업 중단을 공표하기까지는 무려 10시간이 걸렸다. 일부 병원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상온 노출 의심 백신을 예방 접종했다. 논란이 일자 질병청은 지난달 22일, 문제의 백신을 맞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105명이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백신을 맞았다고 처음 보고된 이후 매일 수백 명의 오접종자가 추가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가 무료 예방접종을 거부하고 유료 독감백신을 접종하는 사례가 늘어나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백신 유통 문제는 유·무료에 상관없이 정부의 전반적인 관리 부실 및 소통 역량의 부재가 문제였다.

백신은 상온에 노출될 경우 단백질이 변형되므로 유통 전 과정에서 섭씨 2~8도 정도의 냉장 상태에서 옮겨져야 그 효능이 유지된다. 하지만 백신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일부 백신이 상온에 13시간 이상 노출되는가 하면 냉장이 아닌, 냉동 상태로 옮겨지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와 의료기관 간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정부는 의료기관에게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구비한 유료 접종용 백신과 상온에 노출됐던 정부 조달 무료 독감백신을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뒤늦게 공문으로 알렸고, 그동안 유료 접종 대상자들이 상온 노출 의심 백신을 맞는 일도 발생해 사태를 키웠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백신 접종 후 △두통 △발열 △오한 등 이상 반응을 호소한 접종자가 지난 6일 기준 12명으로 집계됐다. 지금 당장은 적은 숫자이고 경미한 증상일지라도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 의료계에서도 장기적으로 부작용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장기 추적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보건당국은 문제의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 대해서 이상 반응 감시 수준을 높이고 접종자의 건강을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매년 독감 백신을 맞아온 국민들은 국가 접종만큼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이런 믿음도 무너지고 있다. 그만큼 정부의 허술한 관리로 인해 국가 예방접종 사업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것이다. 보건당국은 상온 노출 독감백신 수거 물량이 올해 전체 무료 접종 대상 1천 900만 명분의 3%도 되지 않는다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안이한 인식이다. 국민이 안심하고 백신을 맞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온 노출 백신 유통현황과 이상 반응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여론을 잠재우는 데 그칠 게 아니라 국가 예방접종 사업 과정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구멍을 보완해 재발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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